10월 17일 조카 영신이 혼배미사 전날, 신부대기실 꽃장식을 위해 아름이가 내려왔다.
결혼 시즌이라 강남 고속 터미널 상가 꽃이 품귀현상이라 10여곳
단골 꽃가게 매대를 싹쓸이 해왔단다.
꽃꽂이 보조로 나선 영신 엄마가 꽃향기 속에서 웃음꽃 만발
1904년 설립된 용소막 성당,
신부대기실은 주일 학교 교실을 사용하는 거라 책상과 의자 치우고 세팅을 해야 햇다.
새신랑이 역광 들어오는 창의 커튼을 떼어내고 십자고상이 있는 벽 쪽에 커튼을 쳤다.
커튼 레일이 짧아 벽면을 충분히 가리지 못한 것이 흠이었다.
작은집 아이들이 식당에 빔프로젝트 설치하고 꽃꽂이 작업도 거들었다.
아름이도 엄마랑 외숙모 어시스트 받아 즐겁게 꽂았다.
혼주, 신랑, 신부, 동생까지 모여 신부대기실 꾸미기 작업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5시간여 작업을 한지라 다음날 아침에 내가 마무리 하기로 하고 마감.
구경꾼 어머니도 신부 의자에 앉아 사진 찍고 퇴근.
아름이가 고속 버스를 타야 해서 작은 집 근처 주왕산에서 식사.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이 아닌 건강한 닭요리로 몸보신을 했다.
최애 맛집으로 등극.
결혼식날, 서울에서 출장 온 사진 작가가 매우 흡족해 했다.
"어제 상공회의소 결혼식에서 신부가 대기실이 마음에 안든다고 밖에서 촬영했거든요.
시골이라 기대 안 하고 왔는데 너무 예뻐요, 영국 엔틱 의자는 어디서 구하셨어요?"
사진 작가는 장애물을 척척 치워 가며 몸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작업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 사진이 기대 되었다.
전 날 늦도록 애쓰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고생스러웠을 신부.
어른이 되는 의례 치르기도 쉽지 않다는 걸 실감했을 터다.
결혼식날 프로포즈까지 받느라 하늘로 날아 오를 기세.
65년만의 매서운 10월 추위라지만 햇살이 따스해서 견딜만 했다.
역사적인 고풍스런 성당 결혼식은 성스러운 분위기.
딸을 신랑에게 인도하는 아버지는 만감이 교차할 터,
행복하게 잘 살아줄 것을 빌고 또 빌었을 것이다.
"부부는 아픔은 나누고 기쁨은 더해 몸도 마음도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배우자를 위해 봉헌하는 삶이 혼인인 것입니다."
신랑신부가 축가를 반주없이 불렀다.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것은 없을거야
가사가 막히면 서로 일러주었듯이 서로 마음 맞춰
인생의 파도를 타고 넘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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