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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1159회 가죽 지갑

멀리 가는 향기 2023. 2. 18. 23:49

서랍 정리 하다 가죽 지갑을 발견했다.

 

발산동시절 수영 강습을  받던 박데레사 어머니께  받은 것이라

생각난 김에 전화를 했다.

그 번호는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었다.

연락할 방법을  찾을까  싶어  블로그 검색을 했다.

나하고 동갑인  그 분 작은 딸 전시장에서  만난 일이 있었기 때문. 

 

2012 3.7 카톨릭회관 평화화랑 <오인숙타피스트리전  >

 

11년 전이다.  그해 연세가 89셨으니 올해 100세 되셨을 텐데.

뇌경색으로 고생한 전력이 있어  전번이 바뀐 건  불길한 징조.

그동안 무심히 지낸  내 탓을  했다.

 

마흔 다섯에 척추수술 하고 수영을 시작했다. 

물이 무서워 기초반 3개월 만에  월반해서 데레사 어머니를 만났다,

그 양반은 내가 독일에 있는 작은 딸처럼 몸이 약하다고 마음 써주셨다.

 

 그 양반은 O자 다리로 속도가 나지 않는데다 팔 돌리는 자세도 나빴다.

기초반에서 꿀은 덕에 시범 조교하던 내가 선생을 자처하고 나섰다.

우리는 등 밀어주고  냉면도 함께 먹는 사이로  6년 동안 수영동무로 지냈다.

 

내가 친정으로 이사 하면서 소식이 끊겼다.

친정 아버지와  남편 병수발하느라 나는 나대로 겨를이 없었고

그분은 내 전번이 적힌 수첩이 찢어져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고. 

자식들에게 내가 보고싶다 하고  몸이 약하다고  걱정하셨다 한다

 

 

 

 

 

 

 

 

 

 

 

 

 

 

 

 

 

독일에서 귀국한  인숙씨가 우연히,

(명사들의 나눔 릴레이], 김향이 동화작가 )중앙일보 기사를 보았고

막내 아드님이 신문사에 연락해서 내 전번을 알아냈단다.

 8년만에 작은 딸 전시장에서 만난 것.

그날 "만날 사람은 언제고 만난다 " 시며 좋아하셨는데. 

 

큰 딸은 독문과 학장, 아들은 KBS 국장, 작은 딸은 섬유공예 작가 

막내 아들은 한국 타이어 부서장이라  자식들이 어련히 잘 모실까 싶어 무심했다.

자식들 곁에서  편안히 영면하셨을 것이다.

다정한 분이니 천국에 계실 테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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