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농부일기

1189회 23년 9월 판대리

멀리 가는 향기 2023. 10. 2. 09:38

1일.

입추가 지났어도  낮에는  불볕이다.

눈길 가는데 마다  풀인데 어디서부터 손 봐야할지 기가 찬다.

정원이 넓으니 구역별로  돌아가며  풀을 뽑는데, 

한 바탕 뽑고 돌아오면  다시 도돌이.

 

쭈그려 앉아 풀을 뽑다  생각해 낸 것이

풀과의 전쟁을 견딜  무기는  지피 식물 맥문동. 

가을에 씨앗 받는대로 직파하면 100%로 발아하니  풀밭은 맥문동으로 매꿀 생각.

 

9월 5일  개회나무  이식

 

이른 아침에  집 근처 개회나무 농원에서 분 작업 하는 걸 보았다.

이날 현장에서 해움조경 대표를 .만났다.

첫인상이  법없이도 살 사람같아  거래를 트면  좋을 것 같았다.

 

동생을  현장으로  데려갔더니  외목대 보다 다간형이  좋겠다는데

내게 추천 했던  외목대 분을 뜨고 있었다.

동생이  가까이 있는 작은 나무를 덤으로 달라고 조르자

오만원만 더 주면 심어주겠다 했다.

우리 입장에선 다음날 인부를 사서 심어야 하는데 너무 고마웠다.

 

12년생 개회나무

물푸레나무과 수숫꽃다리 속

6-7월 개화

수고 4-15미터

내한성 영하 40도

개회나무는  토종 라일락으로 불릴 정도로 향기가 진하다.

인형의 집 가까이 심은 것도 향기 때문이다.

 

빨간 머리 앤이 창밖의  벚나무 '눈의 여왕'에 마음 빼앗기듯 

나도  설겆이하다 개회꽃과 '멍 때릴' 터이다. 

 

봄꽃들이 한바탕 꽃 잔치를 끝내고 날 무렵  개회는 짙은 향기를 뽑낼 것이리.

 

 

6일  아침, 

여고 동창  주순이가  포천에서  원주로 이동 중이라는 전화가 왔다.  

재활 의학과에  골다공증 검사와 무릎관절 검사  예약있는데  다행이 점심 전에 끝났다.

병원근처에서 만나  슬안동 집에 들러 어머니 모시고 닭백숙  먹고 판대리로 왔다. 

 

주순이는 목사님 사모라  동창 모임에 뜸했다.

이제는 원로 목사님이랑  해외 여행도 하고 휴가도 보낸다고.

'쉼'을 보내게 된 생활이 행복해 보였다.

목사님이 친구들 모임 때 원주에서 모이라며 기사 노릇  해주겠다고. 

 

주순이는 십대 기억을 이야기하다  우리 집에서 먹은 엄니 손맛도  끄집어냈다.

"이제는 쉴나이에 너는 일을 벌이고 있구나. 대단해"

 

밤나무가 많으면 말벌도 많다고 한다.

방송에서 본 벌꾼들이 꿀도둑 말벌 잡는 방법을  따라해봤다.

PT병에 설탕물을 붓고  포도 껍질을 섞어 놓으면 끝

 

단맛을 탐하다가  죽은 말벌들이  바글바글.

 

매실청 담근 찌꺼기를 비료 만드는 통에 버렸는데  말벌들이 꼬인다.

내년엔 매실청 찌거기로 말벌을 싸그리............

 

 

9월 9일 토요일 사운드 오브 사일 런스 포커싱 홀

 

대금과 태평소 연주를  엄니가 좋아하실 듯 싶어 모시고 갔는데

사람이 얼마나 왔는지에 관심을 보인 엄니가

옆 사람들 갔다고 가자고 조르시다가

"여자들도 안 나오고  (여자 가수가 없다고 시시다는 말) 가자"

 

하모니카와 기타 반주로 듣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고엽' '엣사랑''오늘 같은 날' '써니'

어머니 성화에  결국 일어났다. 

다음엔  엄니 빼고 순이씨 하고 오는 걸로.

 

12일 어머니 91세 생신

 

재활의학과에 무릎 연골 주사를 맞혀 드리러갔는데  무릎 연골은 닳지 않고 변형만 왔다고 한다.

골다공증도 없다니 그야말로 킹왕짱 체력을 타고나셨다.

 

우리 밤은 올밤이라 9월 초면 아람이 번다.

어머니가 손꼽아 기다리던 밤철이 온 것

밤 집게 하고 장갑을 사드렸는데  늘 하던 대로 지팡이와 맨손으로 .

눈 뜨면  벌레 먹은 밤 껍질 까서 밥에  넣으라  하고 

동생이 데리러 안 온다고 성화.

 

"이것 좀 봐라이.  제법 크다."

주워 온 밤이  크면 보고 또 보고  자랑하는 엄니.

콩알 밤은  짐승 먹게 줍지 마시라 해도 기어코 주워 오신다.

 

 

엄니가 알이 굵다고  자랑하던 밤 껍질을 까기에

"큰 걸 아깝게 왜 까요?. "

"이놈 넣고 밤밥해라."

"밥은 벌레 먹은거 넣고. 큰 놈은 선물해야지."

"크고 좋은 놈은 우리가 먹어야지.  내가 줏었는데 내 맘대로도 못하냐."

나는 엄니가 깐 큰 밤은 애들 주려고 냉장고에 넣고, 

햅쌀 밥에 벌레 먹은 밤을 넣었다. 

 

밤 보관 방법을 유투브 뒤져 봐도 신통한 게 없는데 

동네 할머니들이 꿀팁을 알려 줬다.

 

1 밤을 물에 담가 둥둥 뜬 것 건져 내고 

2 채반에 건져 물기 뺀 밤을 다라이에 쏱아 붓고 

3 펄펄 끓는 물을 부어 2-3분 두었다  찬물에 행궈  바짝 말리기 

4 김치 통에 담고 신문지  사이사이 넣어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기

 

 

22일  강사장과 건축사 방문.

평면도면

동생이  만든  3D 건축 도면

 

22일 대만 증선생이 보낸 추석  선물

유자를 한약재 넣고 고아 만든 기침약도 있었다.   증 선생의 따뜻한 마음

 

서울에서 온 소녀견 마루와 시골 소년 호구의 첫사랑

 

며느리는 모기침 맞고 줄행랑

빙벽까페

사니다 까페

하영이가 엄니 옷에 어울리는  보라색 가방과  가벼운 오리털 점퍼와 내 옷을 사왔다. 

 

하영이 밤 줍기를 방해하는 호구

풀 뽑고 있을 때 호구가 덮치는 바람에 맷돼지인줄 알고 기겁했던 일도......  

추석 전날,  판대리에 맡겨졌던 호구 형제들이 떠나 갔다. 

 

28일 추석날,  우리 집 공사를 해줄 이소장 내외 방문. 

 

둘째 동생, 이모, 아름이  외사촌 혜경이 혜영이 자매 방문. 

 

오리 항아리 바베큐. 

아래쪽 밤나무 세 그루에서 떨어진  밤이 벌겋다고 해서 

 아름이랑 세현이가  내려가서 합세.

 

막내 이모는  엄니의 추억을 소환하며  함께 밤을 주으러 다녔다.

자매가 없는 나는 부럽기 짝이 없다.

 

딸이라도 있으니 천만 다행.

 

엄니 벌서는 거 아님. 허리 펴기 운동 중임 

 

추석 풍속도 변했다. 연휴를 가족과 여행하는 세태. 

추석 달을 올려다 볼 여유도 없이  음식 수발로 녹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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