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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짇고리

1212회 휘게와 와비사비 스타일

멀리 가는 향기 2024. 3. 16. 06:36

 

 

휘게와 와비사비가 빚은  라이프 스타일은

엔틱 인형을 수집하고 유럽여행을 하면서  보고 배운 감성이다.

 

<휘게 라이프>는  코펜하겐의 행복연구소  ceo 마이크 비킹이 행복과 삶의 질에 대해 쓴 책 중 한 권이다.

 휘게 (Hygge) 는 '웰빙'을 뜻하는 노르웨이어에서 유래된 말로 덴마크어로 ' 함께 편안하고 따뜻하게'를 뜻한다.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히는 것은  정책과 사회, 문화적 배경이 한 몫하지만

무엇보다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느끼는 행복한 감성을 표현하는 휘게 때문.

휘게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자 내면의 정서이고 소박하고 여유로운 생활 방식이다 .

 

 그들조차 '정확하게 설명 못하겠지만  다양하게 적절하게 쓸 수있다'는 '휘게'를

덴마크에 머무는 동안 느낄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달려온  코펜하겐의 에어비엔비 호스트는 늘씬하고 세련된 멋쟁이였다.

( 거리에서 본 코펜하겐 젊은이들은 청바지에 티를 입었어도 세련되고  귀티가 났다)

그녀의 패션 감각에 반한 나는 베란다를 통해 거실로 쏱아져 들어온 햇살에 탄성을 터트렸다.

 

우리가 묵을 방들을 둘러보면서 휘겔리한  집 꾸밈에  따스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썬텐을 할 수 있도록 벤치를 놓은 베란다도 꽃들로 꾸며 놓았는데 .

벽을 타고  올라간 등초롱이 조롱조롱 아기자기했다.

 

실내는 여러개의 작은 조명과  부분 조명들로  빛과 어둠을 적절히 사용했다.
주변은 조금 어둡고 마주한 사람에게 은은한 조명이 비춰 자연스레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을 찍을 때 인물이 돋보이도록 아웃 포커싱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옹이와 나무결이 그대로 드러난 낡은 파인 트리 식탁은 세월의 흔적까지 정감 있었다.

주방에 온갖 조리도구와 양념들이 갖춰져  장 봐다가 밥 해먹기 편했다.

알이 작은 감자와 손가락 굵기의 당근은 어찌나 달고 맛나던지!

치즈와 유제품과 함께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었다.

건과일과 통곡물이 들어간 빵도 거칠긴 해도 씹을수록 구수했다

그들이 휘겔리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준비하는 음식은 간단한 조리법 최소한의 양념으로 식재료 본연의 풍미를 살리는 것.

라헤미아 시골 식당에서 먹은  슬로 푸드가 바로 '휘게, 식단 .

 

 

광장에서 세련되고 예쁜 아가씨가 다가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카메라 들고 튀는거 아녀?"

우리의 의심을 보란듯이 묵살하고 친절한 그녀는 아름다운 미소로 서비스를 해주었다

 

"휘게는 따뜻한 포옹과 같은 감정"

 뉘하운에서 안델센이 살았다는 집을 찾느라 지도 들고 오락가락하는 우리를 보고

눈 짝 찢어진 한국 입양아인듯한 여자가 다가와 길을 가르쳐 줬다.

 덴마크에는 9000여명의 한국 입양아들이있다는데,  

아마도 몸에 벤 친절 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외양을 보고 핏줄이 당겨서였을 것이다.

(카페 바깥 테이블마다  입양아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자주 눈에 띄였다. ) 

 

* 코펜하겐에서 일행이 눈에 실핏줄이 터져 병원에 다녀 왔는데 진료비도 안 받고 약처방을 해줘 복지국가를 실감.

* 중앙역에서 스톡홀름행  국제선 기차표를 예매 하려는데  역무원은  4시 칼 퇴근 (상점들은 6시에 폐점)

차표를 사려고 우왕좌왕하는데 지나가던 이가 편의점에서 표를 판다고 데려다 주었다.

* 덴마크 사람들은 날씨 때문에  11월부터 3월까지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 때가 친밀한 시간을 보내는  휘게의 정점.

 

거리에서 관광객들이 타고 다니는 전동차를 부럽게 바라보았는데 

 덴마크 사람들 45%는 자전거를 애용한다고.

자전거 타기는 일상생활 중에 운동이 되고 환경적 경제적으로유익하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라고   

여러분야 사람들의 연구에 따르면 자전거 타기가 건강과 행복에 이롭다 한다.

자전거를 탈 줄 알았더라면  정말 휘겔리한 시간을 보냈을 텐데.

 

"가장 기본만 남을 때까지 줄이고 없에되 시적인 요소는 남겨둬라'" 

 이 말은 아름다움과 단순함을 추구하는 덴마크의 정서를 잘 표현한다. 

책을 덮고나서 덴마크에서 보낸 휘겔리한 일상으로 행복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와비사비 라이프>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킨포크의 총괄프로듀서 줄리포인터 애덤스가

일본, 덴마크, 캘리포니아, 남프랑스 시골마을, 이탈리아 등지를 돌아다니며

서구에 스며든 일본의 와비사비 정서를 이야기 했다. 

와비사비는 가진 것만으로도 소박한 삶을 꾸리고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운을 발견하는 것.

덜 소유 함으로 더 행복하고자 하는 마음가짐.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일본의 전통 미의식   '와비 사비'는 와비(わび·侘)와 사비(さび·寂)를 묶은 원음대로 영어로  ‘wabi-sabi’로 표기한다. 

없으면 없는대로 즐기고 불완전하고 불충분한 것을 도리어 즐긴다는 와비와 , 

시간의 흐름을 깊이 받아들이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사비가 합쳐진 단어로 

부족하지만 그 내면의 깊이가 충만함을 의미하는 미의식이다.
와비사비 스타일은 여백의 미가 있는 자연스런 단순함을 추구하며 세월이 스며든 것의 아름다움을 중시한다.

일본의 정서 와비사비는  유럽인들에게 주목받는 라이프스타일이 되었다.

'필요 없는 것은 구매하지 않고 생활 용품이나 가구는 재활용하거나 고쳐 쓰면서 자기 만족을 즐긴다.'는

와비사비 정서는 긴쓰기(金継ぎKintsugi) 를  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와비사비 스타일의 가장 좋은 예가 '금으로 수리하다'라는 의미인 킨츠기(Kintsugi:)

세월이 흘러 금이 가거나 부서진 도자기를 금이나 송진 등을 이용해 보수한 형태.

깨진 것이 아쉬워 본래의 형태로 되돌리고 싶었다면 보수한 흔적을 가렸을 것.

하지만 깨진 것도 그 사물의 본 모습이자 함께한 세월이라 보수의 흔적을 드러내는 것이다.

현재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와비사비.

 

얼굴도 이름도 모를 여인네들이 대를 이어 만졌을 슈가볼. 

작은 소품 하나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이 느낌이 좋아  나는 남들이 고물로 여기는 엔틱을 수집한다.

저렴해서 한번  쓰고 버리기  편한  물건 보다 유용하고 오래 쓸 수록 아름다운  물건을 고른다. 

와비사비다운 물건은 오래 쓸 수있고 질이 좋은 것이다.  질이 좋다는 건 유명브랜드 제품을  말하는 건 아니다.

가진 돈으로 대량생산 되는 저렴한 물건을 살 수 밖에 없다면, 

더 나은 물건을 살 수있을 때까지  쉽게 망가져 오래 사용할 수 없는 물건 구입을 자제한다. 

충동구매로 쓸모 없는물건을 사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첫 인세로 샀던 의자, 지인이 선물한 수공예품, 여행지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이국적인 소품....

볼 때마다 떠오르는 스토리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물건들이  내 곁에서 세월을 보내는 동안 유행이 지나고 낡기 때문에 볼품없어 질 때도 있다.

그런  ‘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아름답게 여기는 것이 와비사비 정서다.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을 만드는  즐거움

 

 

손바느질로 한땀 한땀 공들여 꿰맨 물건은  아무리 잘 만들려해도 고르지 못하고 삐뚤빼뚤하다.

완벽하지 않은 흠은 자연스러움  때문에  세상에 하나 밖에 없다는 가치를 지닌다.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있다',

와비·사비는  다양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보고 그것의 매력을 통해서 행복을 느낀다.

 

내가 생각하는 휘게와 와비사비 스타일은 

프랑스 사람들이 용납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긍정적인 표현으로

세라비( C'est  la Vie , 그게 인생이지! )를 외치는 것과,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즐기고, 비로소 자유로워졌을 때의 평화로움을 깨닫는

'스스로 만족할 줄 알라'는 오유지족(吾唯知足 )과도 상통하는 정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