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농부일기

1214회 2024 3월, 판대리

멀리 가는 향기 2024. 4. 3. 07:24

 

3월 1일 

내가 비탈 정원에서 일하는 동안 

어머니는   '이런 것들도 시절이 오는 걸 안다' 며 조팝나무 새순을 들여다보셨다.

 

차창에 성애가 서려  엄니에게 이게 뭐냐 물었더니

"서리꽃"

 

3월 8일

간호학원 수강생 중에는 먹는 것에 진심인 이들이 있어.부침, 비빕밥 등을 해먹는다.

쉬는 시간 마다 사탕, 아이스크림, 떡, 빵, 고구마, 계란, 엿 등 다양한 간식을 먹는다.

먹고 죽은 귀신은 떼깔도 좋다더니 날마다 살 쪘다고 푸념 .

 

점심 대신 따끈하고 바삭한 감자전을 얻어먹었다.

콩기름 들이부어 부친 감자전  한 장을 먹고 배가 아파 화장실 출입을 세 번이나 했다.

집에서 올리브유로 감자전을 부처 먹을 땐 괜찮았으니  콩기름이 해롭다는 걸  입증한 셈.

3월 9일 

엄니 치과 진료가 토요일이라 기차표 예매가 어려웠다.

작년 말부터  강릉에서 내려온 기차와 안동애서 올라 온 기차가 서원주역에서 연결되어 서울역이 종착역.

이제부터  종착역 표기만 보고 기차를 타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안동, 강릉, 동해 행도 서원주에서 정차 하기 때문에 열차 번호를 보고 타야 한다.

 

 

치과 예약시간이 3시간 여유가 있어  택시 대신 지하철을 이용했다.

지팡이를  짚은 엄니를 지켜 보던  아저씨가 우리 자리를 잡아 주었고,

서울역에서 엄니 점심 드실 곳 두리번거리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 

모든 역에는 공익들이 휠체어 서비스를 해준다고  알려줬다. 

경강선 타는 곳 근처에 휠체어 대여 사무실이 있어 

휠체어 이용후 기차 탄 곳에 두고가면 수거 하겠다고 했다. 

서원주역에 도착하니 역직원이 휠체어를 대기하고 있었다 .

엄니가 편하게  서울 나들이를 하실 수 있게 되었다.

도처에 친절한 분들이 많다.

15일 간호학원  종강

마지막 교과 과정은 <임종>  실기 시험은  <명품 내 인생  유서 쓰기>

37세에 시어머니 임종을 혼자 지키고 , 56세에 남편 임종도 혼자 지키고  57세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세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죽음은 삶의 배후에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목숨을 앗아간다는 걸 깨달았다. 

마지막 순간 후회없는 삶을 살기로 마음 먹었으니 섭생과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1월 29일 학원개강해서 3월 15일까지 이론 수업은 끝냈다.

18일부터 열흘 간 요양병원, 주간 보호 센타, 재가 방문  실습을 받아야 한다.

 

18일 요양원 첫 실습

302호 와상환자들은 손을 묶어 놓았다.

침상 난간을 올리고 휀스를 쳐놓았는데 변을 발라 놓는다고... 

코에 비위관 끼고 잠만 자는데  산송장이나 다름없다.

약 기운이 떨어지면 고통으로 신음소리를 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아 치아가 닳았다. 

장작개비처럼 마른 다리는 엑스자로 꼬였는데 입관할 때 부러트리기도 한단다.

저승갈 날만 바라는 분들 보기가 마음 아파  그 방 출입은 눈치 껏  피했다.

 

김ㅇㅇ 어르신은 온 종일 1인용 응접 의자에 앉아 조는 게 일과.

목욕을 거부해서 냄세가 심하다.  

"북망산을 알어? " "거기가 어딘데요?"  "여기 다 북망산 갈 사람이여."

"저는 거기가 어딘지 몰라서 못 가요."

98세 안 노마 할머니는 <나는 네가 그랗게 될 줄 알았다>는 책을 읽고 계셨다. 

요양원 책은 거의 다 읽었다며 미국에 있는 자식 자랑도 하셨다. 

동화책을 가져다 드렸더니  점심무렵에 반 너머 읽으셨다.

책을 읽느라 무료한 것도 잊고 통증도 잊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요양원 실습 5일간은  마음이 아프니 몸이 아팠다.

'노치원'이라 는 주간 보호 센터  3일 실습은 그나마 나았다.

첫날 103세 할머니 고스톱 파트너가 되었는데, 그 양반은 쇼파에서 누워 자다 깨면 고스톱을 한다.

화투를 못치는 나는  손등을  여러 차례 맞았다. 

고스톱과 나이롱 뽕을 섞어서 친다는데  '났어!'  하면 동전을 수북히 드려야 한다.

어르신 옆 소파에  눈만 뜨면 이를 바득 빠득 가는 치매 환자가 있었다.

그 소리 때문에도 고스톱을 치기 싫어  피해 다녔는데  수시로 공익이 부르러 왔다.

 

퍼즐만 하다 가시는 어르신도 계셨다. 

혼자 하시지 말고 제자를 가르치시라 했더니  열심히 가르치시는 중.

대부분 어르신들은  물리치료 침대에 모여 앉아  TV로  트롯 시청.

어르신들은 유치원 생처럼 싸움도 잦고 왕따를 당하는 어르신 하소연도 들어줘야....

재가 방문 2일 실습

77세 요양 보호사는 14년 근속 수당에 중증환자 수당도 받고  4시간 서비스를 한다고.

보호사분이  대상자를 잘 돌보는 것은 물론이고  집을  깔끔하게 정리 정돈 해놓았다.

남자 환자 기저기 사용하는 꿀팁을 알려 주기도.

40대 보호사들은 며칠하다 그만 두는데 60대 보호사들이 대부분이라고 , 

 

아침 8시 버스 타고 나갔다 저녁 6시 동생이 마중나오는 2달여 일상이

4월 2일 국가 고시 보면서 끝났다.

 

환갑에  폐암으로 가신 시어머니는 "꿈에 예수님이 당신 이름을 불러주셨다며"

당신이 가실 때를 짐작하셨는지  퇴원하자 조르셨고  집에 온 다음 날 돌아가셨다.

발끝부터 차가워진 몸이 코 끝이 새파래졌다가  숨을 놓으셨는데

얼굴이 새하애지면서 주룸살이 펴져 어린 아이처럼 고운 얼굴로 가셨다.

지금 생각하니 시어머니는 지헤롭게 객사를  피하신 거였다.

병원에서도 이면지에 한자 공부를 하시며 고통을 견디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셨다.

 

친정 어머니는  내 나이에  뇌졸증 아바지를 간병했는데 

휠체어 이동돕기도 요령없이 힘으로 하셨다.

휠체어 앉힌 체 신체 부위를 가리지 않고  씼겼는데  눈을 감고 계시던 아버지 모습이 선연하다.

 

 어머니 인지자극 훈련을 하려면 귀찮다 하셔서  쉽지 않다.

유치원생 다루듯  살살 구슬려서  작업을 하는 중.

 

어머니를  남의 손에 맡기지 않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공부였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스스로 건강을 챙기지 못하면 비참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절감했다.

젊은 애들에게 요양원 봉사를 시켰으면 좋겠다.

작심삼일 일지라도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려는 의지를 심어 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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