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아침, 화이트 아메 수탉이 사체로 발견되었다.
닭장의 우두머리였는데 서열 2,3, 4 위가 합세해서 린치를 가한 것.
암탉 블루 아메는 수탉들의 성폭행을 피해 닭장 밖에서 노숙을 했었다.
(방패막이가 없어졌으니 등짝이 성할 날이 없다)
어느 날부터 화이트 아메와 함께 노숙을 해서 둘 다 겁쟁이인줄 알았다.
날이 추워지자 닭장으로 들어간 화이트 아메는 우두머리가 되었다.
블루 아메도 화이트 아메 보호로 편안한 닭장 생활을 했다.
두 마리가 밀월 여행을 온 듯 비탈 정원을 돌아다니면 보기 좋았다.
닭장의 암탉 수가 적어 블루 아메를 건드리려는 수탉들의 불만으로
화이트 아메가 죽은 것이다.
동생은 자연 생태라지만 나는 이런 꼴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양계장에서는 서열 싸움을 피해 수탉 1마리에 암탉 10 마리 비율로 기른다.
우리는 관상닭을 기르는 거라 서열싸움이 일어 날 수 밖에.
1918년 처음 기른 닭은 버프실키 종 한 쌍.
수탉 어깨가 떡 벌어지고 관모가 뒤로 넘어가서 '올백'이라 불렀다.
암탉 '황마담'과 늘 붙어 다니고 자상했다.
짝짖기 할 때도 머리털을 물고 거칠게 굴지 않았다.
황마담이 알을 낳을 때가 되자 둥지에 들어가 살피고.
모래 목욕을 하면 곁에서 지켜주는 사랑꾼이었다.
재래종 흙닭 두 마리가 오자마자 서열이 바뀌고 닭장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나중에 늙은 흑닭도 하극상을 당해 한 쪽 눈이 애꾸가 되었다.
닭 지킴이 강아지 개돌이를 닭장에 넣었더니 성질 난 암탉이 대거리를 했다.
병아리를 지키려는 암닭들도 성나면 무섭다.
그 무렵 황금계와 백한을 입양했는데
횡금계 수컷 두 마리가 암탉을 두고 치열하게 전쟁을 치르다 한 마리는 죽었다.
그 상황에 뒷방 늙은이가 된 올백이 놀라서 항아리 속에 머리를 처박고 벌벌 떨었다.
늙어 힘이 빠지니 황마담도 차지 못했다.
다리도 절고 털도 빠지고 꼴이 엉망이더니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미궁 사건이다.
모성 본능이 강한 황마담은 늙도록 알을 품다 수명을 다했다.
노인 회장님이 칠면조 한 쌍을 가져가라해서 밤에 보쌈해왔다.
날이 밝자 닭장 안에서 서열 전쟁이 벌어졌다.
수컷 칠면조는 사납다.
짝짓기할 때 육중한 몸으로 암컷 위에 올라 서서 밟아대는 통에 암컷이 다리를 절며 피해 다녔다.
일본 투계 미노히끼도 영국 신사라 아내밖에 몰랐다.
그런데 칠면조가 오고나서 그 육중한 놈이 미노히끼 암컷을 건드리곤 했다.
칠면조한테 암컷이 시달리다 죽고 말았다.
다리 저는 암 공작이 수청을 안듣는다고 털을 뽑아 놓았는데
상처가 너무 커서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수마트라섬 태생 쌈닭 수마트라는 애처가.
암탉이 알 낳을 때 둥지에 들어가서 살피고 밖에서 파수를 선다.
때로 둥지에 들어가 곁에 있어 주고 알을 낳으면 쌍나팔로 동네방네 소문냈다.
암탉이 알을 품자 한동안 둥지 앞을 지켰다.
그런데 암탉은 알을 제대로 품지 못하는데다 참을성이 없어서 며칠 못가 포란을 포기.
암탉을 여럿 거느린 훼가리는 보무도 당당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군이었다.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노는데 걸핏하면 창밖에서 집안을 살피고 현관문으로 들어와 휘젖고 다녔다.
여기 저기 똥을 싸서 내쫒곤 했는데 그게 유감이었던지 나를 괴롭히기 시작 했다.
꽃밭에서 풀 뽑고 있으면 엉덩이나 발 뒤쿰치를 쪼았다.
나만 보면 해코지 하려고 쏜살같이 뒤쫒아오곤해서 무서웠다.
이 깡패가 수탉들을 피투성이로 만들기 일수였다.
암탉마다 거칠게 성폭행을 해서 암탉들이 죄다 대머리가 될 판이다.
그런데 이 암탉은 꾀가 많아서 머리털을 뽑히지 않았다.
올라타려고 하면 죽기살기로 달아나고 문틀 빗장에 낑겨서 깡패가 올라타지 못하게 버텼다.
깡패가 다른 암탉을 찾아간 뒤에도 한동안 죽은 듯이 있다 빠져나왔다.
이놈들도 인물값하느라 고약하게 군다.
흰꼬리 백한 놈은 암닭이 수청을 거부했다고
머리털을을 뽑아 피투성이를 만들어 놨다.
백 폴리쉬 수탉은 우스꽝스런 외모로 아이들의 관심을 끌 것 같아 입양.
'추장'이라 부르기로
푸들 강아지 같은 암탉은 '공주'라 불렀다.
둘 다 식탐이 많아 추장은 공주에게 모이를 양보하는 법 없고,
공주는 식당 잔반을 탐내다 대가리가 고추장 범벅이 된 적도.
먹을 것 두고 싸움은 해도 무리에서 떨어져 늘 붙어 다녔다.
눈꼴 시리게 본 수탉들이 가만 두지 않았다. 21년 12월 추장이 죽었다.
그리고 며칠 뒤 공주도 따라 죽었다.
사랑이 깊으면 그리움도 깊어라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곳이 어디든 따라 갈게.
육계용 닭 브라마 한 쌍도 금슬이 좋아 늘 붙어다닌다.
브라마 수탉도 늙고 힘 빠지면 무리들 공격을 받을 것이고........
나이 든 남자들이 애완견보다 못한 서열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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