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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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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시 문학기행 광주 - 나주-보성 -곡성

멀리 가는 향기 2024. 10. 13. 22:33

책상서랍에서 나온 물건들을 정리를 하다 빛바른 사진들 속애서 발견한 사진 한 장

노벨 문학상 최초  아시아 여성  당선자의 아버지 한승원 선생 댁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한강 작가의 수상소식으로 연일 뜨겁게 달아 오른 판에 신기하게도!


2008년 4얼 19일 , 연필시 동인들의 문학기행에 동행하게 되었다.
광주행 열차 안에서도 가을 선생님은 북한 아이들에게 보낼 털모자를 뜨셨다.
선생님의 측은 지심을 내 일찌기 아는 바라 방해가 되지 않도록
다른 칸의 일행들에게 마실을 다녀온 사이 역에 닿았다.





마중을  나온 손동연 선생을 따라 맛깔스런 저녁을 먹고 나주 금천면으로 향했다.
이화에 월백 하고 은한이 삼경인데....
보름달 아래 배꽃 향기와 정담에 취해 보자고 작년 겨울부터 작정한 발걸음 이었다.

 


죽설헌, 시원 박태후 화백이 30여년 가꾼 우리 토종 정원으로 발을 들여 놓게 되었다.

폐가에서 가져다 하나하나 쌓았다는  기왓장  돌담을 따라 물굽이처럼 휘돌아 들어가니
좌 탱자 우 꽝꽝 나무 울타리길이 나타났다. 족히 30미터는 될 듯 싶다.
가을에 탱자들이 노랗게 익으면 .....
나는 그 황홀경을 떠올려 보고 다문다문 가지끝에 매달린 탱자꽃에 눈을 맞추었다.





그 양반 시원을 따라  3000여평에 이르는 안뜰 오솔길을 거닐었다.
갖가지 과실수들이 철따라 열매를 내어주고
온갖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날 그 뜨락을 마음 속에 눈 속에 담으며 걸었다.
연못에 이르렀을 때  꽃창포군락을 맞딱뜨리고 또 탄성이 나왔다.
저 놈들이 꽃을 피울 즈음엔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것인가!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낡은 오르간이 눈에 띄고 황토벽에 걸린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저 오르간을 연주하며 임동창이 노래를 했다고 들었다.





폐교의 마룻바닥을 뜯어다 이리도 빛나게 다듬어 놓은 그 솜씨가 그의 노동이 감탄스럽다.




동네 철물점에 주문해서 만들었다는 벽난로 .
눈이 사목사목 내리는 날 군고구마를 구워 찻잔을 기울이는 집 주인 내외를 떠올렸다.






작업실로 이어지는 복도





작업실 전경.
 창밖의 풍경에 눈과 마음이 가는데  어찌 그림이 그려질건가?




직업실 오른쪽 벽면.



  
통유리 창으로 들어 오는 바깥 풍경이 그대로 그림되어 걸려있다.



 
손동연의 둘도 없는 친구들이 속속 모여들고  입호강 눈호강 귀호강하는 잔치판이 벌어졌다.
그야말로 삼합이 아닐 수 없다!

 
 

그 밤에 대금과 키타와 소리가 어우려진 공연이 있었다.

우리는 삼합이 차려진 상을 보고 또한번 감탄을 했다.
알맞게 삭힌 홍어를 입안에 넣고 소리에 미처불고.
서울 시인묵객들은 명창의 소리를 듣고도 추임새를 넣지 못해
해설자로 나선 문화재 위원으로부터 '허벌나게 욕을 먹었다'
박수도 머리 위로 치라 해서 열심으로 감동 표현을 하다보니 손가락에 핏줄이 터져 버렸다.

 


또 다시 감동이 물결 치게 만든 곳이 눈에 띄었다.
위정현이 등 기대고 앉은 기둥 뒤에 샤시로 유리문을 단 곳에
30여년 된 능소화가 용트림을 하듯 지붕으로 기어 올라가 있었다.

한 여름 소나기에 후두둑 떨어진 선홍빛 능소화가 지붕 유리에 툭툭 떨어진 것을
마룻장에 누워 바라보는 맛이 어떨까?
나는 상상 만으로도 가슴이 저려왔다.





밤이 이슥해서 죽설헌을 나서는데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 다시 조용한 날 잡아  바람 같이 내려와 
바람에 나부끼는 댓잎 소리와  노랑 꽃창포 무리와 너울거리는 파초 잎과 
 멧새소리에 가슴 설레며 연꽃차를 마셔 보리.'


어제 밤 화순온천에서 몸을 풀고
아침은 사평에서 올갱이탕으로 해장을 했다.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의 사평역은 실제는 없다고 한다.
남평역이라는 간이역이 있을 뿐..


                 막차는 좀처럼 오지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



남도의 논배미마다 자운영이 한창이다.
논두렁 들판의 나뭇가지에 검은 비닐들이 까마귀처럼 올라 앉아 봄바람을 타고 있었다.


보성 차밭.
요즘 햇차 수확이 한창이고 차밭을 찾는 상춘객 발길도 줄을 지었다.



연두빛은 봄에 가장 빛난다.

다랭이 밭의 연둣빛 물결.



연두빛 싱그러운 싯귀들이 저들의 가슴마다 일렁거릴진저.




소설가 한승원 선생의 <해산 토굴>.
"당신의 출입이 저의 글쓰기를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의 발길이 선생의 귀한 시간을 축내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선생의 집 마당엔 철쭉이 한창이다.



마당에서 내려다 본 마을 전경.

선생의 작업실 아래 땅에 <달을 긷는 집>이라는 사숙겸 문학관을 짓는다 했다.
당신의 문학관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노년을 보낼 꿈을 꾸고 계신다.



작업실 주변의 지형을 설명하시며 마당에 자궁 모양의 연못을 파 놓으신 까닭을 들려주셨다.




사모님이 덕그셨다는 녹차를 끓여주신 선생님은
소설은 주인공들과 함께 쓰셨다한다.
사모님께서 갯벌에 나가 힘들게 캔 바지락을  선생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보내줄 때 고마운 마음도 들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하셨다.
평생 당신 수발로 늙은 아내의 건강을 염려하시는 선생의 모습에서
지아비다운 면모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제자가 러시아 여행 때 찍어온 사진을 바라보며 춘정을 느끼신다고.



동시인 손동연의 중학교 은사이신 선생님은
 동연이가 백일장에서 번번히 떨어지는 이유는  
시를 너무 잘 써서 누가 써준 줄 의심을 받은 탓이라며 제자 자랑을 하셨다.



선생님 단골 식당에서 자연산 횟감을 설명하시는 중



바지락 회 비빔밥을 즐겨드시는 선생님 덕에
싱싱한 회와 바지락 비빔밥 별미를  맛 보았다.



다음 행선지는 곡성 도깨비 마을.

동화작가 김성범은 도깨비 마을 촌장이다.
삼육학교 강연 하던 날 계룡문고 이 사장 소개로 알게 되었다.
 자주 만나거나 전화 통화도 못하는 처지지만 스스럼없이 대할 수있는 건
그가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라는  동질감 때문이다.
나보다 10년 손아래인 그가 손재주가 많은데다 큰 꿈을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로
 더 좋아졌다.



마당 곳곳에 세워놓은 시비.

김종상 선생님 시비 옆에선 이창건 시인



집필실 창문으로 내다 본 전경.

산 속에 묻혀 도깨비를 빚고 조각을 하며 글을 쓰는 산적 같은 사내가,
마당에 핀 작은 아기별꽃에 눈맞추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속으로 웃었다. 


풀밭 한 쪽에
오소소 모여 핀
별꽃들
살살 부는 바람에
꺄르르 꺄르르
웃어댄다.

바람이
무슨 말을 했기에,
나도 귀 기울인다.
귓바퀴 타고
돌돌
들어온 바람이
쉬~잇!




그의 작업실 외벽을 치장한  흙으로 빚은 조각과 도깨비들



우리 도깨비의 형상을 정형화 시키는 작업을 통해 고대사의 정체성도 찾고 싶다는 그.
도깨비를 향한 그의 애정과 포부를 들었다.



이창건 시인의<풀씨를 위해>에서 얻은 영감으로 빚은 오브제를 선물 받은 이 시인.



내가 첫번째 인형전을 열 때  <달님은 알지요>의 테라코타를 싣고 파주까지 달려와서
나를 감동시킨 적도 있다.
그때 찬조 출연 시킨 도깨비를 택배로 돌려 보냈는데 파손이 되었다 해서 얼마나 미안했던지.
아무쪼록 그가 도깨비마을 촌장이 되어 어린이들과 함께  꿈과 희망을 키울 수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