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하순 아침, 차창 밖으로 내가 떠나온 거리들이 뒷걸음질 친다.
때로는 서울의 번잡이 그리울 때도 있다.
신논현에서 이태원 지나 동대문 DDP가는 길 .
"통신 보니까 서울 다녀가셨대요. 올라오시면 얼굴 한 번 뵈주세요."
전시 함께 보자 전화를 할까?
느닷없는 내 전화로 상대의 일상이 흔들릴까 저어 되어 참는다.
누나 언제 오냐고 시달릴 동생 생각하면 서둘러 내려가야 한다.
미나 페르호넨은 유행에 얽메이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디자인이 아니라 오래 사랑받는 좋은 물건을 생산하는 가치를 추구한다.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저자: 미나 페르호넨 창업자, 미나가와 아키라
저자는 육상선수로 활동하다 부상으로 체육대학 진학을 포기 한다.
프랑스 미술학교 유학 중 '준코 코시노'의 파리 컬렉션을 도우면서 패션에 관심이 생겼다.
수입가구상을 하던 외조부모님 덕에 어린 시절부터 핀란드 브랜드 마리메꼬를 알게 된다.
문화복장학원에서 패션 공부 중 북유럽 여행에서 얻은 영감은 그의 디자인에 영향을 주었다.
1995년부터 2024년까지 컬렉션은 수령이 다른 나무들이 숲을 이루듯 혼재한다.
특별한 일상복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는 옷을 목표로 만든 옷의숲.
미나 페르호넨의 텍스타일은 페브릭을 넘어 인테리어 소품 가구로 영역을 넓혔다.
미나가와 아키라의 텍스타일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고 남다른 개성과 모험이 있다.
19살 북유럽 여행 중에 여행 경비 털어 샀다는 코트.
그에게 영감을 준 오브제들이 전시 되었다.
낡은 것, 오랜 시간 사용해 손때가 묻은 것 대량 생산 제품에서 느낄 수 없는 만든 사람의 개성이나 손길이 남아 있는 물건들에 끌리는 이유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사가 담겨 있기 때문. |
그의 디자인 철학에 공감한다
트렌드를 따라 가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나'의 것으로 남을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려는 장인정신
미나가 10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될 거라는 강한 의지다.
직물 디자인의 아이디어는 자연에서 차용했다.
지우개를 잘라 판화 형식 문양을 만들고 색종이 조각으로 물결을, 나뭇잎을 만들었다.
박스 테이프를 찟어
이런 무늬도 만들었다.
자투리 천을 덧 붙이고 종이찰흙을 납작하게 눌러 무늬를 만들었다.
디자인이자 작업지시서.
중국으로 외주를 주지 않는 건 수시로 공장에 들러 수정할 수 있게 하려고 .
미나 페르호넨의 직물들이 어떻게 짜여지는 지를 보면 시간과 정성을 알 수 있다 .
염료를 조색하고
수작업으로 프린팅하고
자수가 들어간 천은 일일이 색실을 기계에 걸고
25개 동그라미 자수로만드는 템버린 문양은 점 하나하나 미싱으로 수를 놓았다!
이런 공력과 시간 으로 짠 옷감은 오래 입어도 변형이 없을 수밖에
2000년대 부터 기계로 짜는데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살펴 보고 수정을 한다고
직물을 사람 눈으로 살펴 보고 옷을 짓는 건 창업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단다.
1995년 첫 출시한 옷은 10벌 팔렸지만
30여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6백 여가지 패턴을 만들게 되었다.
"얼마나 더 깊이 고민하고 만들어야 내가 느낀 것과 내 손기술이 정확히 연결 되는 그 지점까지 도달 할 수있을까?" |
문학도 마친가지!
직물에 한정 되지 않고 패션 악세사리에도 번뜩이는 아이디어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수제품들은 공들여 짠 옷감을 함부로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만들어진다.
공들여 짠 옷감이 버려지는게 아까워 봉제 인형도 만든다
옷감 로스를 줄이려고 에그 백과 미니백도 함께 만들기도
자연과 환경 파괴를 줄이려는 노력은 지나침이 없다.
모피를 대용하려는 직물
일상에 깊이 스며든 그의 디자인
자투리 천은 데님바지 무늬가 되고
단추도 된다.
미나 페르호넨 자투리로 만든 낡은 쿠션은 오랜 세월 애용한 흔적으로 상이군인이 되었다.
기억은 상상력과 곧잘 결합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가 되고 그림이 되고 음악이 된다.
일본에 있는 매장 마다 인테리어 컨셉을 다르게 했다고
고객들이 보낸 옷과 사연들
이 무늬는 지쳤을 때 고향 바다에 내려가 철인 삼종 경기를 보고 색종이로 표현 한 것.
이 옷감 무늬는 나무 아래서 올려다 본 하늘을 표현했는데
색종이를 오려 만든 나뭇잎 사이로 비행기도 새도 날아간다.
미나 페르호넨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템버린 문양.
고객들이 옷에 들인 시간과 정성 만큼 21년 12년 동안 아껴 입었다는 사연에 뭉클.
고급 브랜드만 명품이 아니다.
내게도 자랑하고픈 빈티지 명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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