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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예술가 정화석

멀리 가는 향기 2024. 9. 22. 21:44

 

 

정화석 작가는 어려서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주를 보였다.

제5회 중앙미술대전 입선(1982년),  제1회 성화미술대전 특선(1984년), 동아미술제 입선(1986년) 등 두각을 나타냈다.

7-80 년대에   "예술에 살고 예술에 미치자 그리고 죽자!"  20∼30대를 불꽃같이 보냈다. 

1977∼1991년까지  8회에 걸쳐  개인전을 열었다. 이 무렵  무위당  장일순 선생을 만나 스승으로 삼게 됐다.

 

*무위당(无爲堂) 장일순(1928~1994년)은 권력이나 유혹에 굴복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신념에 따라 사유하고 행동한 지성인이었다. 지구 종말을 재촉하는 물질문명 대신 생태문명론을 줄기차게 제기한 생명·생태운동과 협동운동의 선구자였다.

 

1990년대 초반 결혼과 함께 여주로 삶의 공간을 옮긴다.

 ‘식구들을 위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이 행복한 인간의 삶을 위해 소중하게 생을 살겠다.’ 고 붓을 꺾는다.

가족을 위해 직업인으로 살자며 선택한 곳이 도자기 공방이었다  .

이곳에서 유약을 바르는 등 허드렛일을 했으나 그림에 대한 재능은 숨길 수 없었다.

주위에서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넣거나  조각을 해보면 어떻겠냐 부추기면서 제2의 예술인생을 시작했다. 

도공으로서의 경지에 오르자 ‘여주청강도예’ 의 주인이 되었다.

생활의 방편으로 그릇을 만들어 한살림에 납품하고. 도자조각을 만들어 불이재 정원에  자연과 어우러지는 전시를  했다. 

 

 

<출토4>

<고요한 마음>

<모심>

<블루 고흐>

 광기에 찬 열정으로 삶을 불태운 고흐. 빛에 따라  푸른 광기가  번득여 가슴을서늘하게 한다. 

 

<무위당 장일순>

 

정화석은 아크릴이나 오일을 살 돈이 없어 볼펜으로 그림을 그렸다.

생명사상의 태두 장일순선생은  전시회에서 정화석의 작품을 한참 들여다보고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

다른 이의 작품을 보고  한마디 씩  거들면서 지나갔는데  정화석의 작품에만  말없이 지나친것이다.

의아하게 생각한 청년 정화석은 쫒아가서  물었다.

"선생님! 제 작품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제 작품에 대한 선생님의 평을 듣고 싶습니다."

장일순은 정화석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

"그어댄 볼펜자국만 봐도 귀신도 놀라겠는데....사람이 무슨 평을 하겠느냐? "!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자소상>

그는 도자기 제작과정을 배워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질 생활자기를 만들었다.

한살림에  생활도자기를 납품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예술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살림은 삶의 스승인 장일순과 그 제자들이 시작한 생명협동운동이자 문명전환 운동,

한살림의 정신과 스승 장일순이 가리킨 손가락 너머를 보게 된것이다. 

 

1미터 남짓의 조자 조각들은  옹기항아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만든다.

팔뚝 굵기의 흙가래를 만들어 한 타래 두 타래  타렴으로 쌓아가면서 형태를 만들어 간다고.

 

 결혼과 함께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경제적인 압박이 컷을 것이다.

 한계에 달했을 때 그림을 놓고  도예를 선택한 그 . 

그의 도예 입문은 전통도예에서 출발했지만 '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표현에의 욕구'로 “도조”라는 조형작업을 하게 되었다.

 

 한 점 두 점 자신만의 작품세계에 몰입하는동안 놓아 버린 그림에의 열정까지 주무르며 희열을 느꼈다는 그

남다른 노력의 결과였을 것이다.  흙으로 빚은 조각상에서  단단한 돌을 보게 되는 것은.

그만치 정화석의 작가적 입지가 견고해졌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리.

 <흙으로 빚은 미소>

 

"나는 흙을 단순한 물질이 아닌 모성(母性)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내 작품에는 어머님의 정령(精靈)이 배어 있으며 작업의 오랜 화두는 흙과 사랑과 생명이었습니다."

 

  <세자매>

그의 여인들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는다. 눈으로 눈썹으로 입귀로 통통한 볼로. 보일듯 말듯  풍만한 미소가 묘한 매혹이다.

 

 그는 역경을 견딘 인물들을 존경해 베토벤과 고흐, 장일순을 ,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담은 엄마와 아기, 임산부 시리즈  등을 1300도 불꽃으로 구워냈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작가의 일기 같은 도자조각들을 바라보는 내내 가슴이 달아올랐다. 

아내와 자식과 자신을 위한 그의 삶이  뜨거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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