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서울로 이사오자마자 아버지는 동아 (신세계)백회점에 데려가 옷을 사입혔다. 백화점에 들어선 순간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휘황찬란으로는 표현 할 수없는 복잡 미묘한 놀람과 떨림이었다. 남동생들 옷은 밤색 골덴 셔츠와 진 밤색 바지로 통일하고, 내게 같은 셔츠에 벽돌색 점퍼 스커트를 입혔다.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옷을 입혀주신 아버지는 패션 센스가 있으셨다. 1960년 대는 양복점에서 맞춤옷을 입던 시대였고, 대부분 남성복은 검정 밤색 감색 회색의 솔리드 수트였다. 아버지는 군살 없는 체형에 키가 큰편이라 체크 무늬 수트를 잘 소화 하셨 다. 아버지가 교복 처럼 즐겨입던 수트 소매 끝이 낡아 입을 수 없게 되자, 이십대 초반부터 손뜨게 옷을 만들어 입던 가락으로 낡은 양복 저고리로 베스트를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