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각인형 콘서트 관악문화원 12.21-23
2007년 1월이었을게다.
티브이에서 잠깐 마리오네뜨 공연을 하는 김종구 선생을 보았고,
감흥에 겨워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어깻짓을 하며 섹소폰을 부는 나무 인형에게 반했다.
나는 인터넷으로 그가 운영하는 <목각인형이 사는 작은마을> 카페를 검색했고
공연 일정을 알기 위해 드나들었다.
그런데 공연 일정이 내 일정과 겹쳐 자꾸 어긋났다.
드디어 오늘 공연장을 찾게 되었다.
관악문화원을 찾아 해매는 바람에 발레리나 공연은 보지 못했다.
그가 공연 중간 중간 자기 이야기를 했다.
20년 인형극단을 이끌었다고 말문을 연 그가 마리오네뜨 인형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러시아로 유학을 떠났다고.
러시아에는 인형극장이 많은데 50년간 같은 작품을 공연하는 극장도 있다고,
부모 손에 이끌려 공연을 관람한 아이가 자라서 자기 아이를 데리고 그 공연을 본다는 .......
그리고 그가 말했다.
"준비 없이는 결코 아무 것도 되어지는 게 없다."
- 무대 한 켠에 그의 작업실을 설치 해두었다.
어려서 그림그리기와 만들기에 재주가 있었던 그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다
서른셋에 극단을 꾸리고 마리오네뜨 인형극을 시작했다.
마흔 넷에 상 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학교로 유학을 떠난 그는 지도교수로부터
"수많은 학생을 길러 보았지만 내 생애 최고의 학생은 당신이다"라는 칭찬을 듣게 되었다.
어릴적에 피노키오 영화를 보고 감동했던 그는 이제 제페토 할아버지가 되었다.
자연에서 공연을 볼 수 있는 <숲속 극장>을 꿈 꾸는 그.
다행히 아내와 아들 며느리가 한 길을 걷고있으니 그의 꿈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그의 손가락에는 영광의 상처가 많다.
보통 마리오네뜨 인형 한 개 제작하는데 3개월여의 시간이 소용되고
작업공정도 복잡해서 그의 손이 쉴 틈이 없단다.
방황하던 그를 붙잡아준 마리오네트 인형이 행복도 데리고 왔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걸까? "자문했다는 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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