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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376회 한국인형 변천사

멀리 가는 향기 2012. 12. 25. 10:43

  

 일본 송도 인형에 한복만 입힌 소녀 인형.                             남동생이 부러진 팔을 점토로 보수했다.

 

이 아이는 얼굴도 바디를 연결한 고무줄 고리도 서양의 비스크  인형을 흉내냈다.

일본인형 공장에서 제작한 탓에 치마 주름이 굵직하고 길이도 짧다.

 

부러진팔 보수하고,

연두색이던 굴레 끈도 남색으로 가늘게 만들어 리본으로 매주었다.

치마길이 늘이고, 연분홍 저고리를 만들어 입혔다.

 

 섬유 탈취제를 뿌려 주름을 펴주고 , 포대기를 뜯어내 포대기 띠를 달아주었다.

등에 업은 아기 얼굴이 보이도록 각도 위치 조정 해서 마무리.

볼수록 얼굴이 순하고 예쁘다.

 

 

 

 

                                                                                                                                                  이번에 입양한 한국인형.

                               일제 강점기부터 70년대초까지 우리 인형은 관광상품으로 명맥을 유지 해왔다.

                               그런 까닭에 국내에서 보기 드물고 대부분 해외에서 수집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전통 인형은  제의 또는 주술 인형이 대부분이었다.

삼국시대부터 망자의 내세를 위해 사기,철물, 흙으로 빚어 부장품으로 넣던 명기거나,

현세의 복을 비는 제의용 인형이었다.

조선 사람들은 인형을 집안에 들이면 귀신이 들린다고 믿었다.

액막이용 인형 옷 속에 돈을 넣어 길가에 버리면 액운을 막을수있다고 믿었다. 

부장품이나 액막이용으로 사용했기에 서양에 비해 인형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다.

 

자기로 만든 명기(조선시대)/

짚으로만든 제웅/  아이들이 각시풀로 만들던 풀각시 인형 (김향이 제현품)

상여에 달던 망자의 혼을 위로하는 꼭두인형 한쌍(조선시대)/

호랑이를 탄 저승사자(조선시대)

 

상여꼭두인형은 다양한 형상과 채색의 아름다움으로 독특한 개성미가 넘치는 문화유산이다.

꼭두인형은 '수호신상''동물''풍속적 인물상'등으로 나뉘는데 수호신상은 불교  도교 무속신앙의 영향을 받는다.

무속적 도상은  해태, 호랑이, 새를 타고 악귀로부터  망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조선시대에  놀이용 인형이  없었던 건 아니다. 양반가의 아이들은 침모들이 만들어준 장난감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

 

8 1/2" high and the female is 7 3/4" high

 

어른 손바닥 크기의 인형들은  속곳, 속치마 저고리 , 버선 ,두루마기까지 일습을 갖춰입었다.

 

                                                                거기다 먹으로 그린 얼굴 표정은 또 얼마나 정겨운가.

                                                           (  속옷을 벗겨 삶아 빨고 풀을 먹여 입혀주었다)

십수년 전에 신문기사를 오려 놓고 조선인형을 입양하리라 마음 먹었었다.

마침내 바라고 바라던 인형을 손에 넣었다.

 

조선풍속 잇토보리(一刀彫·일본 나라현에서 유행한 향토완구)’는  일본 향토완구에 사용됐던 재질·기법을 기본으로 하되

하층민 위주의 풍속이라는 소재를 결합해 조선 토산품으로 포장한 것이다

                                

      1910년 8월22일 경술국치를 겪으며 대한제국은 멸망했다. 일제강점기에 고유한 우리 인형의 모습은  변모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상업적 인형이 판매되기 시작한 때는 조선총독부가 조선의 관광상품 마련에 열을 올렸던 1930년대부터다.

 

고려나 조선 시대에도 아이들이 풀을 뜯어다가 꼭두(꼭뚝)를 만들어 노는 각시(閣氏)놀음이 있긴 했지만 일반적이진 않았다.

꼭두는 주로 상여 장식이나 무덤 부장품으로 이용됐는데, 인형에는 신령이 깃들여 있어 이를 집 안에 들이면 우환이 찾아온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일본은 달랐다. 신앙·의례와 관련된 인형이 장난감·관상용으로 널리 애용됐을 뿐만 아니라 18세기 교토, 오사카 등에는 인형 전문점도 있었다.

대량생산해 해외 수출까지 한 메이지시대를 거쳐 각종 관광정책이 쏟아진 1930년대에는 토산품으로서 향토완구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도자기·칠기·인형 판매를 통해 외화벌이는 물론 일본 미술공예의 우수성을 해외에 널리 알리자는 취지였다.

 

 

상업적 용도로서 인형이 한국에 상륙한 것은 조선총독부가 만주사변(1931)과 중일전쟁(1937) 등을 계기로 일본인 여행자가 급증하자

이들을 상대로 조선 관광 기념품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부터다.

식료품류와 도자기·나전칠기·조선풍속인형 등 수공예품이 경성과 부산 등 대도시 상점가와 기차역, 백화점등에 위치한 토산품 가게에서 인기리에 판매됐다.

 조선의 전통적인 수공예가 상업화한 도자기·나전칠기 등과 달리 조선인형은 일본의 전통공예가 조선에 상륙한 결과물이었다.

조선풍속인형 이미지는 8·15 광복 이후 50년대 후반 봉제인형이 출현할 때까지 이어졌다.

 

 

                                                             

                                                                                                           -일본 인형에 조선 옷을 입혀  만든 관광 상품 인형

 

1937년 7월 12일 헬렌켈러여사가 일본 방문에 이어 경성에 도착했는데

그녀에게 선물할 조선 인형을 구하지못해 애를 먹었다며.  (동아일보 1937년 8월 6일 )

동경에서 수예를 배운 배상명 씨가 '동양적인 얼굴의 인형을 사다가 조선옷을 만들어 입혀' 전시를  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불란서 인형이 전성을 이루는데 조선에 조선 다운 인형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

 

 

 

 

                                                                                                      - 50년대 관광 상품 인형

일제의 인형공장에서 생산되던 토산품 인형들은  광복이후 서구문물이 쏱아져 들어오면서  또한번 변모하기 시작한다.

 

                    

60년대에 외화벌이 상품으로 신랑각시 등 풍속인형이 양산 되었다.

 하지만 서양인들의 외모와 의상을 접목시킨 왕눈이 인형은 오히려 서양인에게 외면 당했고 인형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일본의 목각 인형을 흉내낸 스프링 달린 목각 인형.                     풀잎 인형

 

 

일각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닌 듯 싶다.

이 인형은 명주로 옷을 만들고  모든공정을 손바느질로 공들여 제작했으며 얼굴 표정도 개성이 있었다.

--북한 인형

 

                                 1980-90년대 서양화가 이승은씨가 인형 작가로 나서면서 우리 토박이 인형들이 탄생했다.

 

                                  김영희의 닥종이 인형을 표방한 닥종이 인형들도 사랑을 받았다.

 

                                  1990년대 한복연구가 허씨 공방의 인형들이 우리 복식의 아름다움을 세계인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구한말에 우리는 쇄국정책을 펼쳤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문화를 유럽에 전파하는데 열성적이었다.

일본의 옻칠가구에 매료 된 유럽에서  페이퍼마쉐를 만들어내다가  페인트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일본에 전파한 옷칠은 안타깝게도 제페닝으로 불린다.

프랑스의 베베 인형도 일본의 어린이 인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했다.

 

자랑스런 우리 문화유산은 우리가 스스로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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