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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

482회 식물도 생각을 한다

멀리 가는 향기 2013. 11. 21. 20:23

 

 

귀면각이라는  선인장은 조카 륭이와 나이가 같다.

스물 여섯해 자라는 동안  천정에 닿을 정도로 키가 컷다.

화분을 살짝 기울여 놓았는데 얘도 생각이 있었던지 곁가지를 만들었다.

더 이상 위로 자랄 수 없다는 걸 알고  생육 에너지를 곁가지로 보내는 것이다

 

 

 

 

 분홍색 노랑색 천사의 나팔을 키우다  어느 해 모두 얼어죽었다.

아름이 집에서 가져온  노랑색 천사의 나팔을 애지중지 길렀는데 병충해에 걸리고 말았다.

잎사귀에 거미줄을 슬어 말라죽는  병인데  남동생이 날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고 벌레를 잡고 

 무거운 화분 째 들고 다니며 샤워를 해주고 농약을 쳐주고 ..........

나중에는 줄기를  싹뚝 자르고 흙을 갈아주고  별짓을 해도 소용없었다.

 

"죽던지 살던지 그만 내 버려둬라"

 

안방 베란다 화단 구석으로 내치고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화단의 화분들을  실내로 들이다가 꽃송이를 다섯개나 맺은 걸 발견했다.

애지중지 보살필 때는 병치레만 하더니  거들 때도 안 보니까 오기로  살아났다.

 

식물도  생각이 있고 지각이 있어 자생력으로 적응을 하는 것 같다.

생물의 진화가 이렇게 시작 되는 구나 싶다.

 

 

 

와인병 콜크마개를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미니 화분을 만들었다.

 

 

다육이 새끼들을 심어 놨더니 무럭무럭 잘도 큰다.

 

 

엄니가 애기들 '쓰레빠'를  주워오셨기에 다육이 새끼들을 심어두었다. 여름내 무럭무럭 자라서 어느새 꽃대를 올렸다

신통방통

식물을 키우는 맛이 바로 이 맛이다.

 

 

 

 

 



1) 식물도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기계를 써서 과학적으로 증명한 일도 있단다.
 각종 탐지기가 만들어지자 그것을 이용해서 식물의 정서 상태를 알아봤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나무에 탐지기를 설치해 놓고 여러 직업의 사람들을 가까이 가게 해봤다는 것이다.
 그 결과 벌목꾼이 가까이 갔을 때는 불안해하는 반응이 나타났고,
 숲을 돌보는 사람이 가까이 가니 나무가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하더라는 것이다.
또 서울의 김포평야 주변이 아파트 단지로 바뀌고 공항로가 개통되자 의 수확량이 떨어졌다고 했다.
 밤을 낮처럼 밝히는 공항로의 수은등과 소음으로 들판의 벼가 불면증과 신경쇠약에 걸린 탓이라는 것이었다.
 대도시 속 가로수가 단풍이 곱지 않은 것도 매연과 소음과 가로등 불빛으로 인한 스트레스 탓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경험에서 식물의 예지력이나 정서적 반응을 믿어왔다.
 태풍이 잦을 해에는수숫대의 버팀뿌리가 많아지고 가뭄이 시작될 징조가 있으면냉이뿌리가 깊게 내린다고 했다.
 식물도 앞일을 미리 알고 거기에 스스로 대비하는 것이다.
 
2) 학교에 있을 때였다. 6월 중순에 학교 뒤뜰에 있던 원추리를 교실 앞 화단으로 옮겼다.
뒤뜰에서는 촘촘히 들어선비비추틈에 끼어 다닥다닥 붙어있던 것을 15포기로 뿌리나눔을 해서 햇빛이 잘 드는 화단에 심었더니
 모두 잎이 시들어 땅에 깔렸다. 시든 잎을 가위로 잘랐더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살까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들이 땅내를 맞자 얼마 안 되어 포기마다 꽃대를 세웠고, 7월이 들면서 다투어 꽃을 피웠다. 신기했다.
몇 년을 지켜봤지만 뒤뜰에 있을 때는 한 무더기 전체에서 꽃대가 한두 개 올라오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옮겨 심었더니 포기마다 꽃대가 나왔다.
그래서 나름대로 생각했다. 뒤뜰은 응달인데다가 비비추 틈에 끼어있어 식구가 늘면 자리도 비좁고 햇빛과 영양도 부족하게 될 것을 걱정해서, 원추리 스스로가 번식을 억제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화단으로 옮겨지니 자리도 넓고 햇빛과 영양도 풍부해서 자손을 많이 퍼뜨리기 위해
서둘러 꽃을 피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이 우리가 모르는 식물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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