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씨의 맨부커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한몫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문학인들 상당수는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게 현실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습니다.
시집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서른, 잔치는 끝났다' 저자인 최영미 시인이 스스로 근로장려금 대상이 된 사실을 알렸는데요.
최영미 시인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무서로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내가 연간 소득이 1,300만 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란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라는 최영미 시인의 탄식에 많은 네티즌과 문학인들이 "마음이 아프네요", "힘내세요" 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문학인들의 연간 수입은 평균 214만 원으로 예술인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밀리언셀러를 만든 유명 작가는 연 10억 원에 가까운 인세를 받기도 합니다.
반면 책을 내주겠다는 출판사가 없어 제작비까지 저자가 부담하는 자비 출판도 흔히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시인과 소설가들이 전업 작가가 되지 못하고 강사나 출판사 직원 등을 겸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그러고 보면, 책 써서 돈 버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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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 뉴스를 접했다.
대한민국에서 예술가로 밥벌어 먹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아이들도 안다.
아이가 문학이나 예술에 소질을 보이면 부모들은 ‘벌어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이의 재능과 소질을 막기 때문이다.
이 빌어먹을 세상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요즘 신문 방송을 안 보다 보니, 며칠전 최영미 시인의 이야기를 놓쳤다.
의도는 알겠지만, 근로장려금을 생활보조금으로 표현하는 것은 근로장려금을 주장해 온 필자같은 사람에게는 조금 생경하게 다가온다. 아,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구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근로능력이 없는 분들에게 생활보조금을 지원한다. 이것이 빈곤층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근로장려제도는 근로능력이 있으면서, 일을 하지 않는 분들에게 조금 더 근로의욕을 북돋기 위해 장려금을 지급한다.
그러니까, 굳이 따지자면, 최영미 시인에게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보상이 적더라도 포기하지 마시고, 더 좋은 시를 많이 써 달라는 의미다.
근로장려금의 액수가 크지 않아 이런 오해가 발생한다. 경제의 투명성이 낮아서 근로장려금을 높이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소득을 감추는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수는 복지를 비판하면서, 일할 능력이 있으면서 복지혜택을 받는 경우를 지적했다. 근로장려금은 거기에 대한 절충론이고, 반격이라면 반격이다. 보수가 납득할 수 있는 복지확대 정책이기도 하다.
근로장려금이 도입된지 얼마되지 않았고,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액수도 작고, 자영업자에게는 작년부터 지급되기 시작했다. 아마 그래서 최영미 시인에게도 처음 통보가 갔을 것이다. 가난한 시인에게도 힘이 되기 위한 제도가 근로장려제도이다. 현실에서는 그거나 그거나 이지만,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십수년간 노력해 온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은 안타까운 면도 있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당당히 누릴 권리가 있다. 오랫동안 기득권자들이 빼먹고 나서, 떡고물 나눠주듯 빈곤층에게 주는 복지 개념을 깨야 한다.
복지 혜택 당당히 받자. 중산층도 당당히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복지는 모든 국민이 당당히 받을 수 있는 헌법적 권리이다. 최영미 시인께서 그동안 낸 많은 세금 중에서 일부를 돌려받는 것에 불과하다. 최영미 시인은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 최영미 시인은 대한민국을 감동시킨 시인이기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한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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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필리는 시집을 내주겠다는 출판사도 없어
자비로 시집을 출판하는 세상이다. 글그럼에도 꿋꿋이 시집을 세상에 내놓는 시인들이 있다.
어렵게 출간한 시집을 지인들에게 발송하는 작업은 또 얼마나 번거롭고 고달픈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후배들이 어머니 성함으로 시집을 보내왔다.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꺼내오신 어머니가 당신 성함을 보고 어찌나 반가워 하시던지.
어머니는 시집을 소리내어 따박또박 읽어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