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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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강연

798회 편지 빚

멀리 가는 향기 2017. 1. 11. 08:40




 아이들에게 받은 편지답장을 못했다.

겨울 방학 전까지 써야지 벼르다가 그만 해를 넘긴 것이다.


 자기가 만든 미니어처를 인형의 집에 세팅 해주면  영광이라는 아이도 있었다.



강연장에서 사인 끝내고 나서는데 남자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은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지요?"

"그럼."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선물을 드릴게 없는데 이거라도 받으세요."

아이가 화폐 박물관에서 만든 책갈피를 내게 건냈다.



김향이 선생님께~



선생님 어느덧 낙엽이 쓸쓸하게 떨어지기도 전에 첫눈이 살포시 다가오고 있네요.

김향이 선생님은 건강 잘 유지하고 계시는지 걱정이 되네요.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향기통신은 잘 읽어 보았습니다.

김향이 선생님께서 많은 강연에 참가하시면서 행복한 모습을  보니 저도 저절로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심한 염려가 되네요.

선생님이 요즘 피곤하시거나 많이 지치신 모습입니다.

선생님이 건강을 위해 자연근처에 가셨다고는 하지만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사랑하셔서 강연을 많이 다니다 보시니 많은 피로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 시 하나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고은선생님 시입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못한

 그 꽃

선생님 올라갈 때는 정상을 보고 올라가지만 항상 올라가기만 하면 내려갈때만 볼 수 있는 그 꽃을 볼 수 없습니다.


선생님 한달 아니 한주라도 선생님을 위한 시간을 가져 보시는 것이 어떠실까요?

​선생님께선 대한민국의 안데르센 입니다.

안데르센은 젊었을때는 성공하려고 정상만 바라보았으나 시간이 흐르고 동화의 아버지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넓은 꽃밭을 즐기며 날아다니는 나비가 될때까지 자유속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살아가셨습니다.

선생님도 자유속에서의 아름다움을 즐겨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여기까지 14살의 작은 소망이었습니다.

김향이 선생님의 영원한 마음의 제자인 현준이가

아.. 그리고 이 편지는 제가 스스로 쓴 것 입니다


현준이는 2학년 때 강연을 듣고 열혈 독자가 되었다. 그 아이의 염려와 응원이  힘이 된다.

아이들을 만나면 없던 기운도 난다. 아이들에게서 활력을 얻기 때문이다.



봉화의 작은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  다문화 아이들이 많았다.

학년별 모둠으로 책 속의 감동적인 장면을 표현하는 작업을 했다.


서로 의견을 나눈 다음 그리고 오리고 붙이고................




성취감을 느낀 아이들을 보는 나는  덩달아 즐겁다.



인형 만들기 체험 학습을 할 때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대로 만들라고  이야기 한다.


역삼 도서관에서 2주에 걸쳐 수업을 했는데 모자를 만들어 쓴 아이가 있었다. 관장님은 저헗게 예쁜 상자를 만드셨고.


 아이들에게만  책을 읽으라 권유할  일이 아니다.  황혼의 독자들이 늘어났기 때문.


<사)작은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 오지랖 넓은  김수현 목사님은 새로운 사업을 벌였다.

노인정에 모인 할매 할배들이 잡담과 화투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안타까이 여기고

 '할매 할배 책 읽는 방' 도서 지원 사업을 시작 한 것이다.

원주 신림면 황둔리 노인정 할매 할배들이 책을 펼쳐들고 활짝 웃었다. 



시골 집에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가 산다. 하지만 시골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과일을 따고, 가축을 돌보고, 장마에 대비하고, 손님도 찾아오기 때문에 겨울이 깊어서야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의 줄거리다.

젊어서는 사는 게 바빠 책 읽을 짬을 못 내다가  인생의 황혼기에 책을 벗삼 인생의 마무리를 멋지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런데 아이들을 만날 때와 노인들을 만날  때 느낌이 다르다.

웃음기 없는 노인들의 주름투성이 얼굴과 거친 손을 마주 했을 때 울컥 목이 매었다.

두더지처럼 땅만 파다가  넓은 세상도 못 보고  우물안 개구리로 살다 가는 인생은 얼마나 불쌍한가. 책을 통해서라도 넓은 세상을 보셨으면  좋겠다.

  

올 해도 힘 닿는데까지 책으로 세상 열라고  열심히 조언을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