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덤
잡초로 나고싶어 낫겠는가마는
밭고랑 오가는 길에 밟아뭉개고,
호미날로 파내고,
땡볕에 내던져 참시를 한다.
뽑고 돌아서면 우후죽순 돋아나는
풀들을 당할 재간이 없다.
그야말로 인해전술이다.
오뉴월 염천에
잡초와 진검승부하려는 나도 징하다.
처절하게 생을 마친 풀들을 쌓아
풀무덤을 만들었다.
거름이 되어 보시를 한다면
다음 생에 꽃으로 나서
귀히 사랑받으라 빌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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