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첫눈이 늦더니 경칩 지나고도 눈이 푸지게 왔다.
개돌이 산책 시키면서 맥문동 씨앗을 받았는데 귤 박스로 하나 되게 모았다.
그 씨앗을 틈나는대로 묻어주고 있다. 과수원 사다리를 타고 비탈을 오르내리며.
강원도 산골 돌밭에 씨뿌리는 나도 징하다.
돌맹이를 하나 하나 주워내며 돌밭이 꽃밭으로 변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캠핑카용 이동 변기 사고, 고물상에서 이불장 사다 게르 손님용 화장실을 만들었다.
게르 숙박 첫 손님으로 둘째 동생이 친구를 데려 왔다.
둘째 동생은 혈압으로 쓰러진 올케 병수발 하느라 5년 만에 첫 외박이다.
고교 때 절친과 밤새 스트레스 풀라 하고.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고 왔다는 재호는 공기가 좋아 숙취가 없다며................
우리 집에 자주 들락거리던 청춘이 어느새 반백이 되었다.
다음 날 오전에 밤나무 산을 오르며 산책로를 만들어 달라했다.
중장년 층들은 자라면서 집안 일을 도왔기에 스스럼 없이 일손을 돕겠다고 나서는데
요즘 아이들은 사람 사서 해야 하는 줄 안다.
남동생들이 잡목들을 베는 사이 나는 맥문동 씨앗을 심었다.
산책로 탐방을 마친 동생들이 간현 관광지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전망대를 만들면 좋겠다 했다.
다음 날, 동생과 둘이 전망대 만들 장소에 올라가 보았다.
도토리 나무 베고 만든 길목에 노란 리본을 달아 표시를 하고.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수감생활을 마친 전과자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내에게 출감한다는 편지를 썼는데
아직도 자기를 사랑한다면 동네 입구 떡갈나무 고목에 노란색 리본을 달아달라고 .
리본이 달려있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겠다는 사연
Now the whole damned bus is cheerin’
And I can’t believe I see
A hundred yellow ribbons round the ole oak tree
I’m coming home
노란 리본이 달려있을지 차마 볼 수가 없다며 버스기사에게 봐달라고 부탁하는데
노란 리본으로 뒤덮인 떡갈나무.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
눈물이 핑 도는 사연으로 내가 좋아했던 팝송.
이 노래 때문에 노란 리본은 멀리 있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기억한다는 상징이 됐다고.
남동생이 낸 길을 따라 올랐다.
밤 주우러 왔다가 처음 저 바위를 봤을 때 아기를 안은 어머니의 옆 모습처럼 보였다.
이 바위 뒤편으로 정원을 꾸미고 아버지와 남편을 모셔 올 생각이다.
드디어 전망대 도착.
판대리와 간현 관광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우리 산에는 밤나무와 도토리 나무 천지라고 불평 했는데 거기 진달래 군락지가 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밤나무 잘라내면 탁 트인 시야가 확보 되고
공사 중인 유리다리와 소라계단을 조망 할 수있다.
공사 중인 유리다리 엘리베이터?
250미터 유리다리
고소공포증으로 건널 수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전망대서 구경하는 걸로 대리 만족.
구정 연휴가 봄날 같아서 3명의 노친네들은 마당 정리를 했다. 날마다 할 일은 쎄고쎘다.
작은 집 동생이 월송리 비탈에 자작나무를 심었는데
칡넝쿨이 뒤덮혀 고사목이 많이 생겼다.
죽은 나무 가져다 톱으로 잔가지 베어 내고
동쿨 식물 지지대로 쓰려고 모아 두었다.
코로나 여파로 판대리빙멱장도 , 오크벨리 스키장도 썰렁하다.
2월 날씨가 이대로 순하면 산가꾸는 일은 할 수 있겠다.
'농부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54회 판대리 현장 (0) | 2021.04.26 |
---|---|
1048회 삼월 (0) | 2021.03.13 |
1038회 몽골 게르 (0) | 2021.01.01 |
1023회 가드닝의 첫 경험 (0) | 2020.09.20 |
1022회 닭장이사 (0) | 2020.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