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서울로 이사오자마자 아버지는 동아 (신세계)백회점에 데려가 옷을 사입혔다.
백화점에 들어선 순간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휘황찬란으로는 표현 할 수없는 복잡 미묘한 놀람과 떨림이었다.
남동생들 옷은 밤색 골덴 셔츠와 진 밤색 바지로 통일하고, 내게 같은 셔츠에 벽돌색 점퍼 스커트를 입혔다.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옷을 입혀주신 아버지는 패션 센스가 있으셨다.
1960년 대는 양복점에서 맞춤옷을 입던 시대였고, 대부분 남성복은 검정 밤색 감색 회색의 솔리드 수트였다.
아버지는 군살 없는 체형에 키가 큰편이라 체크 무늬 수트를 잘 소화 하셨 다.
아버지가 교복 처럼 즐겨입던 수트 소매 끝이 낡아 입을 수 없게 되자,
이십대 초반부터 손뜨게 옷을 만들어 입던 가락으로 낡은 양복 저고리로 베스트를 만들었다.
아버지 양복으로 만든 옷을 입고 외출 하면서 자랑스레 말했다.
"아버지 품에 안긴 것 같아 든든해요.:"
기특하게 바라보던 아버지가 환하게 웃던 모습도 영화의 한 장면 처럼 떠오른다.
남편의 자켓으로 가디건을 만들어 입었을 때도 똑 같은 말을 했다.
"당신이 백허그를 해준 것 같아 든든해."
아버지와 남편이 밥벌이 하며 입었던 옷은 내게도 무장이 되어,
기 죽지 않고 당당하게 세상에 맛서는 든든한 옷이 되었다.
남편 유품 정리하면서 아웃 포켓 블레이저 자켓은 남겨 두었다.
생애 마지막이 된 여행지에서 딱 한번 입은 캐주얼 자켓이었다.
격식 갖출 자리에서 세련되고 화사하게 입을 옷을 고르다 보니 아버지가 즐겨입던 체크와 비슷한 걸 골랐다.
소매와 칼라를 떼어내고 내 몸 사이즈에 맞게 뒤중심선을 줄였다.
앞 몸판이 접혀진 라펠은 심플한 브이 라인으로 자르려다 장식으로 두었다.
소매 천을 바이어스로 잘라 암홀 라인을 감싸 마무리 했다.
블라우스와 모직 숄 빼곤 모두 내 손이 간 옷이다.
남편양복 ,혜정이가 가져온 넥타이, 며느리가 입던 청바지, 춘미가 가져온 단추와 레이쓰 들이 김향이 스타일로 환골탈태
.
며느리가 입던 청바지 리폼.
바지 주머니에 레이스 장식. 접어 올린 바지단에 레이스와 단추 장식 마무리.
퀼트로 만든 1박용 여행가방
사각으로 자른 작은 천 조각들을 강연가는 길, 기차에서 고속버스에서 한 땀 한 땀 꿰맸던 자투리 시간의 흔적 .
내 발길 따라 세월을 먹는 가방은 추억을 한 보따리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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