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몸살로 한 달 넘게 앓았다.
그야말로 방전.
쉼이 필요했다.
'워크 홀릭'인 내가 아무것도 안하고 '우두커니'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 엄니 때문에도 어려운 일이다.
하루라도 뒹굴뒹굴 지내 볼 궁리를 했다.
지정면 오크벨리 팬션.
엄니가 웰컴 커피를 대접 받는 동안. 우리가 묵을 방을 둘러 보았다.
시골 외갓집에 온 듯 편안한 분위기
"왕보리수가 엄청 열렸어요. 따 잡수세요."
너무 예뻐서 바라보다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과즙 맛에 정신없이 따 먹었다.
사장님이 꺾어준 보리수 가지를 든 엄니는 그릇에 따담으셨다.
텃밭구경을 하는데,
"상추 솎아다 드셔요. 손님들 드시라고 많이 심었어요."
"야들야들 연해서 한없이 먹겠네."
엄니가 주저 앉아 상추를 솎았다.
엄니가 팬션을 어슬렁거리는 동안,
푸른숲 김혜경 사장님이 보내 준 책을 마저 읽었다.
<치매의 모든 것 / 심심출판>은 네덜란드 임상 심리학자가 치매를 앓는부모를 돌본 경험과
30년간 치매 환자와 가족 진료경험이 축적 된 안내서이자 필독서 .
치매는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1위.
고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공포의 질병’, ‘세기의 질병’으로 불린다.
2021년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중 약 1억 5,300만 명 이상이 치매로 고통받을 수 있다고 한다.
엄니도 판대리 오가는 길에 항상 똑 같은 말을 하신다.
들창으로 불빛이 새어나오는 집을 지나칠 때면 "사나베."
불빛이 안보이면 "안 사나베."
외우기라도 한 듯 같은 장소를 지나칠 때면 똑 같은 말의 반복.
우리가 화제를 돌려도 소용없다.
우리 말은 귀담아 듣지 않고 당신 이야기만 하신다.
무언가 요구 사항이 생기면 그 일이 해결 될 때 까지 수십 번 이야기 하신다.
지남력이 떨어진다지만 아직 사람과 장소 구별은 하신다.
다만 계절 구별을 못해 계절과 상관없는 옷을 꺼내 입으신다.
옷 갈아 입고 씼는 것을 귀찮아 하셔서 실랑이를 하는데,
아침마다 유치원생 등교 할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내가 엄니의 엄마가 되었다.
무엇을 하라고 하면 반드시 "왜"라고 묻는다.
엄마를 음직이게 하려면 청개구리 구슬리듯 반대로 이야기 해야한다.
사교성이 없어 친구를 사귀거나 노인정에 가시지도 않고 항상 우리 하고만 계신다.
말 수가 적은 데다 평생 남을 비방하거나 상스런 언행을 하신 적도 없어
역정을 내고 고함을 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서리태 콩국수로 해결.
오후엔 냇가에 발 담그고 책을 읽었다.
요양원 실습 때, 신발을 들고 병실 밖을 배회하는 할머니가 계셨다.
간병인들이 제지 하면 욕을 하고,
반찬을 숟가락 위에 올려 드리면 식판을 뒤집어 버려, 맨밥만 드셔도 상관하지 않았다.
외부강사 활동시간에 제외시키고 은근히 부당한 대우도 했다.
가끔 찾아오는 자식들은 알턱이 없다.
내가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린 것을 다시 가져다 놓을 때,
엄니가 쓸만한 물건을 버렸다고 주워들일 때,
내 핸드백이나 물건 등을 도둑 맞는다고 숨겨두고 "몰라" 하실 때
때거리 없어도 도둑 든다고 창문과 현관문 잠그고 열쇠를 감춰 둘 때
다 내려 놓을 연세에 물질에 연연해 하는 걸 보면 속이 상한다.
젊어서는 자식들 때문에 아끼고 사셨다지만
나이 드셔도 오그려 쥔 손 펴지 못하면 '궁상'이라 화가 난다.
엄니와 내가 성향이 달라서 힘든 것이지 엄니 잘못은 아니다.
외동딸에 맏이라 친정에 가도 쉬지 못하고 친정 살림을 도맡아 해왔지만 ,
남동생과 나를 대하는 엄니 태도가 다르고 "출가외인" 취급이라 야속할 때도 있다.
아들과 당신 수저만 챙길 때 , 당신 좋아하는 두유를 두 개만 챙길 때 등 등.
그럼에도 나는 위의 인용문처럼, 엄니가 내 차지라 생각한다.
대부분 치매 부모를 간병하는 이는 형제 자매로부터 육체적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
자신들이 겪어 보지 않았으니 그 힘듬을 모르는 것이다.
화장실 물 내리는 것 잊어버리고 휴지 아무데나 버리고
틀니 사용도, 약 복용도 아침 저녁 똑같은 잔소리를 해야한다.
가장 힘든 건 엄니의 편식.
남동생이 엄니 비위를 맞추며 거들어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단 말처럼 누가 모실지를 두고 가족들이 갈등을 겪다가
결국 자식들이 본인 모르게 요양원 입소를 결정을 하는지라.
환자는 영문 모른 채 낯선 환경에서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고립이 된다고.
엄니는 냇가에서 다슬기를 잡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셨다.
내가 엄니를 과보호해서 일찍 살림에 손을 떼셨지만,
빨래 널고 개는 일은 맡아 하는데,
빨래가 날아가지 않게 바짓가랑이를 엇갈려 널고 햇볕에 바랜다고 뒤집어 너신다.
다만 빨래가 번짓수를 잃어 주인이 찾느라 고생.
바느질할 때 뒤집기나 실밥 정리를 부탁하면 꼼꼼히 잘 해주고
남동생이 커피 타달라 하고 발톱 깎아 달라 응석을 부려도 마다 않는다.
외삼촌은 알콜성 치매로 요양원에, 외숙모는 경도 인지 장애
아들 둘이 퇴근 후 집에 들러 보살핀다고 한다.
엄니는 원주 내려 오신 뒤로 나물 뜯고 풀 뽑고 밥 줍는 일로 하루를 보내신다.
자식들하고 종일 함께하니 적적할 새도 없다.
아직 치매를 낫게 하는 약은 없다.
처방되는 항정신성 약 대신 뇌 영양제 처방 받아 드리고 있다.
자식들이 곁에 있다는 안도감과 사랑이 약이란 걸 알기에.
팬션 손님들이 기타 반주에 7080 가요를 불렀다.
광주 서울 부산에서 모인 친척들이라는데 6-70대 시니어들.
버스킹도 한다는 71세 여성 보컬이 신청곡을 받는다 해서
엄니 좋아하는 봄날은 간다를 따라 불렀다.
노래 값으로 꽃묶음을 건넸더니 일행분들이 서리쑥 인절미 (분추. 분대)를 대접했다.
어릴 때 고향에서 먹던 떡이라 내가 제일 좋아한다.
광주에는 다정한 지인들이 있어 정다운 추억들이 많기에 자연스레 그 분들과 어울렸다.
사람들이 팬션을 선호 하는 것은 바베큐 때문이다.
리조트에선 바베큐가 금지 되어 단체 모임이 재미없단다.
밤이 이슥토록 소쩍새가 울었다.
늦잠을 잘 생각이었는데 새소리에 잠이 깼다.
옆자리가 비었다.
엄니는 숙소 바깥에 앉아 우두커니 날아다니는 새를 바라보고계셨다.
우리 오남매가 어머니 등짐이나 마찬가지여서 저리 굽으셨겠지 싶다.
어느 날 문득 그리워질 엄니의 굽은 등.
계란의 노른자를 꾸준히 섭취하면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 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25일 미국 건강정보매체 베리웰헬스에 따르면 미국 터프츠대 프리드먼 영양과학정책대학원 연구팀은 최근 '영양학'(Nutrition) 저널에 달걀 섭취량과 알츠하이머병 관계에서 콜린의 역할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달걀노른자에는 콜린, 오메가-3 지방산 등 뇌 건강에 중요한 여러 영양소가 함유돼 있다. 이 가운데 콜린은 기억을 저장하는 데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합성과 방출을 지원해 뇌의 인지기능 유지와 특정 신경 장애 예방에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러시 메모리 앤 에이징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달걀 섭취 빈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인 1024명을 평균 6.7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매주 달걀을 1개 이상 섭취하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47%나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달걀노른자에 풍부한 콜린이 알츠하이머 병 예방에 미치는 효과는 39%에 달했다. 콜린을 가장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급원은 달걀노른자이다. 일반적으로 달걀 한 개에는 169㎎의 콜린이 들어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성인 남성과 여성의 콜린 하루 권장 섭취량을 각각 550㎎과 425㎎으로 권장하고 있다. 터프츠대 영양과학과 겸임교수인 테일러 윌러스 박사는 "하루 달걀 2개면 뇌 건강의 영양소 필요량을 충족시키는 섭취량"이라며 "당뇨병 환자나 대사증후군 환자에게도 임상연구에서 안전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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