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씨네 땅콩밭을 너구리가 파헤쳐서 개돌이를 불침번 세우기로 했다. 텃밭 근처 평상에 와이어줄로 묶어 놨더니 줄을 끊고 집으로 왔다. 둘째날 순이씨 남편이 강선 줄을 사다 묶어 놨는데 이번엔 목줄을 빼고 도망 왔다. 이틀을 탈출하려고 애 쓴 탓에 저도 힘이 들었나 보다. 한숨을 쉬더니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이웃집에 묶인 영문을 모르니 주인 찾아 오느라 생고생을 한 것이다. 다음날 순이씨네 집에 목줄 가지러 가려니까 내 앞을 막어서며 따라가겠다는 시늉을 했다. 말이 안 통해도 떨어지기 싫다고 온 몸으로 의사표시를 했다. 영신아빠가 우리 집에 맡겨 놓은 강아지 중에 한 마리를 얻어서 순이씨 집에 묶어 놨다. 황색 털에 검정, 짙은 갈색의 줄무늬들이 호랑이를 닮아 "호구' '범구' '칡개'로 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