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은 선생님
내 나이 서른 넷. 한창 살림 재미를 알아가고 있을 때였다. 아이들과의 일상을 중앙일보 독자란에 써 보내곤 했었다. 오상 출판사에서 독자투고란에 실린 주부들의 글을 받아 책으로 묶었고, 그 주부들이 '코끼리문학회원'이 되어 박범신, 신달자, 서영은 선생, 강계순 시인의 문학 강연을 들었다. 그날 선생님은 흰색 린넨원피스에 귤색 벨트로 늘씬한 피트라인을 강조하고 까플린스타일의 챙 넓은 밀짚모자로 마흔 넷의 세련미를 돋보이셨다. (아름이랑 선생님 모시고 찍은 사진은 숨바꼭질 중이다) 수필 합평을 하던 이 아줌마들이 선생님댁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날 선생님이 버스 정류장까지 일행을 배웅하셨는데, 내 가슴 께를 손으로 콕 찍으며 말씀하셨다. "이 속에 동화가 들었어요. 동화 쓰세요." 그 무렵 나는 선생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