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향기 스타일 67

1123회 그래니 시크

터미널에서 버스에 오른 노인이 메모지를 들고 노선도를 흘끔 거렸다. "어디 가셔요?" "출렁다리 가려면 정류장에 내려 택시 타야 하나요?" 그 분은 부산에서 올라와 청와대 관람 하고 원주- 강릉- 속초- 울진 -포항 둘러보고 귀가 하신다 했다. 올해 83세. 부인과 함께 유람 중. 울렁다리서 내려오면 택시 타고 만종역으로 가시라 했다. , 기사님께 소금산 벨리 정문 앞에 내려 드리라 부탁하고 엄지척을 해드렸다. 이때 눈에 뜨인 또 한 분. 척 봐도 자기관리 잘 하는 분이다. 보기 드물게 패션감각도 있으시다. 요즘엔 할아버지도 아저씨라 호칭하는 게 예의가 되버렸다. 그래서 오늘은 멋쟁이 할머니들 이바구. 어드밴스드 스타일 / 윌북 아리 세트 코헨 / 포토그래퍼 겸 블로거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향기 스타일 2022.06.05

1078회 꽃무늬 예찬

8월 어느 날, 아름이 폰에 떠오른 7년 전 사진. 남프랑스 라벤더 꽃밭에서 입으려고 꽃무늬 쉬폰으로 캉캉 치마와 벨트를 만들었다. 라벤더 꽃밭에서 벨리를 추고 싶어 만든 캉캉치마는 라벤더가 져서 윈저성 갈 때 입었다.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다던 아름이가 이 거리 끝자락에서 일식당을 찾아냈다. 식당 앞에서 오픈 시간을 기다리는데, 지나가던 영국 할머니가 꽃무늬 랩스커트에 홀랑 마음을 빼앗겨서는 스커트를 구경하고 엄지를 추켜 세웠다. 도시 곳곳에 식물원과 정원이 있을 정도로 꽃을 사랑하는 영국인. 영국인들의 가정교육이 가드닝으로 시작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어려서부터 정원의 꽃을 심고 가꾸면서 자연친화적인 인간으로 자라게 된다. 영국인들의 인테리어를 엿보면 그들이 얼마나 꽃을 사랑하는지 알게 된다. 영국..

향기 스타일 2021.10.08

서영은 선생님

내 나이 서른 넷. 한창 살림 재미를 알아가고 있을 때였다. 아이들과의 일상을 중앙일보 독자란에 써 보내곤 했었다. 오상 출판사에서 독자투고란에 실린 주부들의 글을 받아 책으로 묶었고, 그 주부들이 '코끼리문학회원'이 되어 박범신, 신달자, 서영은 선생, 강계순 시인의 문학 강연을 들었다. 그날 선생님은 흰색 린넨원피스에 귤색 벨트로 늘씬한 피트라인을 강조하고 까플린스타일의 챙 넓은 밀짚모자로 마흔 넷의 세련미를 돋보이셨다. (아름이랑 선생님 모시고 찍은 사진은 숨바꼭질 중이다) 수필 합평을 하던 이 아줌마들이 선생님댁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날 선생님이 버스 정류장까지 일행을 배웅하셨는데, 내 가슴 께를 손으로 콕 찍으며 말씀하셨다. "이 속에 동화가 들었어요. 동화 쓰세요." 그 무렵 나는 선생님의..

향기 스타일 2020.12.22

1006회 빅토리안 보넷

가을 선생님 댁에 갔을 때 "김향이 모자 좋아하지?" 하고 주신 모자.  부채꼴로 잘랐다.  모자 리본 장식을 곧게 펴서 본드로 붙여 깔끔한 마무리.   리본을 달아주고   고속버스 터미널 상가에서 사온 조화로 코사지도 만들었다.  코사지를 모자에 달아   빅토리안 보넷 완성.   모자 챙 잘라낸 자투리도 활용 하기로, 모자 톱을 코바늘로 뜨고. 모자 톱과 크라운을 연결.   가장자리 레이스로 마무리.    미국 마담 알렉산더 사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 인형. 보넷 착용. 뒷태 옆모습. 열 살 때 읽었던 의 감흥을 잊자 못해 작가의 집을 찾아갔었다.  현모양처형  큰언니 매기, 작가지망생이자 루이자의 분신인 죠, 피아니스트가 꿈인 베스,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막내 에이미가 등장하는 작가의 자전적..

향기 스타일 2020.05.17

970회 패션의 구별짓기

패션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시대상을 반영한다. 옷은 제도 예의 범절, 시대문화 경제적 상황이기 때문. 바로크, 로코코 등 문화 조류와 함께 중세 여성들의 드레스 형태가 변형되었다. 현대에도 경제상황이 여성들의 치마길이로 설명된다 . . 의복은 계급을 나타낸다. 엘리자베스 1세 "재위 초기 왕좌는 불안했다.여왕을 인정하지 않는 의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결혼을 종용했다.남자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조용히 물러나라는 의미였다.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다.그녀는 상황을 바꾸고 강력한 왕권을 획득하기 위해 은밀한 작업에 들어갔다.그것은 패션을 통해 스스로를 신격화 하는 것이었다(...)역사상 가장 빛나고 화려하지만 또한 가장 무겁고 불편한 엘리자베스 1세의 기하학 패션은 이렇게 탄생했다. 보기에도 갑..

향기 스타일 20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