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향기 스타일

450회 블루진

멀리 가는 향기 2013. 8. 8. 09:56

데님은 군용 천막으로 제작되었다. 그러나 색상이 군용천막으로 맞지 않아  체택되지 못했다.

독일출신 미국인 레비 스트로스(Levi Strauss)는 데님이  매우 강하다는것을 알게되고 센프란시스코  광부들의 바지를 만들었다.
1850년대 미서부 개척시대  광부들이 처음 입었던 데님천은  회색이었으나 나중에 블루로 바꾸었다.

전 세계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즐겨입는  블루진의 탄생 스토리다.

 

 블루진으로 만든 민소매 원피스는  우리 남편,승환이 ,아름이 ,그리고 내 원피스 천을 모아 40대 때 만들었다.

 

근래에 천을 이어붙인곳에 훼더스티치로 리터치를 했다.

블루진 원피스에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 사십대 우리 부부의 추억을 조각조각 이어 붙인 셈이다.

 

 

 

흘려보낸 세월을 천처럼 붙일수 있다면 오죽 좋을까만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

오늘은 오늘의 추억을 만들어야 한다.

 

 

 

원래 챙넓은 까플린스타일( 반구형의크라운에 넓은 챙의 여성용 모자) 모자였던 것을  

크라운을 잘라내고 챙도 줄여서

변형 클로슈(1920년대 유행하던 종모양의 모자)스타일로 리폼

 

 파라솔은 선물 받은 것 2개 가지고 번갈아 쓰는데 이 파라솔은  년식이 15년쯤 된 것 같다.

 

 

 <못다핀 꽃 송이>라고  제품 이름이 붙은 양산을 <활짝 핀 꽃송이>로 리폼.

 

 자투리천으로 요요를 만들어 붙였다.

 

 

 

 

디자인이 예뻐서 즐겨입던 청바지는 오래  입어 무릎이 헤지고.

 

                                   -  파인애플 무늬 코바늘뜨기 원형 러너

 

가을 선생님 댁에 놀러갔을 때 당신이 가져가면 쓸데가 있을거라며  십자수천과 함께 몇가지 챙겨주셨다.

이것도 년식이 30여년 되었을거다. 삶아 빨고  무늬가 풀어진 곳은 수선을 했다.

 

민소매 여름용 니트

 

                                  민소매 니트에 손뜨게 러너를 붙였다. 청바지 밑단은 자투리천을 덧대었고.

 

 

안방 베란다가  내 작업실이다.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이쁜 천이 눈에 띄는대로 사다 쟁여놓았다.

바느질 소품의 가짓수는 레이스 리본 실 단추 지퍼 비즈 스팽글............... 헤아릴 수 도 없이  많다.

 

 

평범한 니트에 손뜨게 러너를 붙이니 여성스럽고 시원해 보인다.

세상에 하나뿐인 향기 스타일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20대에도 안 입던 핫팬츠를 60대 들어  입는다.ㅎ

옛날에는 엄니 잔소리 땜시 못 입었지만 인자는 나도 원없이 내 멋대로 입어봐야지 싶다.

 

 

 

외국인 싸이즈라 치마 기장이 너무 길어서 줄이는 김에

 

분홍색 잔 체크 프릴을 달았더니 화사해졌다.

 

 

 

                                 청바지 허리부분을 이용해서 헌 넥타이를 이어 붙여 만든 스커트.

 

 

작년에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아동문학대회 참석 했을 때 이 스커트를 보고 중국작가들이 감탄을 하기에,

 한국에 <배비장전>이라는 고전에 홍랑이라는 기생이 나온다. 그녀는 애인들과 헤아질 때 치아 하나씩 뽑아 달래서 간직했다.

나는 애인과 헤어질 때 넥타이를 하나씩 선물로 받았다 했더니 모두들 박장대소

 

 승환이 중3 때 입던 스즈끼 청바지로 베낭을 만들었다. 여행과 관련된 소품들을 사용해서 꼴라주 기법으로 만들었다.

 

 앞 뒤로 주머니가 많이  달려서 쓸모가 있을 것 같아 버리지 않고 두었더니  멋진 베낭이 되었다.

한라산에 이어 동유럽 여행 때도 메고갔더니 외국인들이 졸졸 따라오며 신기하게 들여다 보았다.

 

 

 

아름이 청치마로 만든 걸망. 벼룩시장 다닐 때 애용하는데 물건이 많이 들어가고 가벼워서 굿!

 

데님천을 염색한  블루진처럼 튼튼한 천이 또 있을까?

아마도 이 옷들을 대를 물려 보관한다면  천년도 끄덕없이 버릴거다.

내가 가지고 있는 수실이나 털실, 단추는  40년이 넘게 간직한 것들이니 나도 징하다 .

그동안 이사를 여러번 다녔는데도 버리지 못하고 끌고다닌 것을 보면 .

 

나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사랑 받다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이 크다.

오래된 물건에는 세월을 보낸 만큼 갖가지 스토리가 담겨있다.

내가 헌것을 고치고 손질해서 새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에 연연해 하는 것은

잊혀져가는 스토리에 대한 보상심리도 작용한다.

어디 물건 뿐이랴. 동화를 쓸 때도 그러한 내 성정이 고스란히 투사되는 것을.

 


김향이의 동화는 아이의 마음이 투사되는 대상이 대다수는 작고 하찮은 물건이 된다.
김향이 작가가 인형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인형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점도 이와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세상 만물에, 특히나 뭇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는 작고 하찮은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작가의 타자적 시선이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리라.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할지라도 자신의 작품에서나마 주인공이 되게 하고 스스로 말을 하게 하는 모성적 역능을 김향이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타자의 마음이 되어 타자를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작고 하찮은 동물과 사물들에게 말을 건다. 

 김향이의 동화에서는  현대 문명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과거의 것들, 쓸모없다고 버려지는 것들, 아프고 소외된 것들에 눈을 돌리게 하는 타자의 윤리를 보여 주고 있다.


김향이 작가는 오래된 것들, 사라져 가는 것들에 강한 애착을 보인다. <베틀 노래 흐르는 방>의 길쌈하는 과정, <마음이 담긴 그릇>에 등장하는 자기장이의 삶, <소리하는 참새>의 판소리 등을 보면 작가의 전통에 대한 관심이 만만치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전통 지향성은 타자적 시선을 지닌 작가가 현대 문명으로부터 도외시되어 온 것들에 대해 보이는 자연스러운 지향이기도 하고 작가의 미의식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
 또한 세월이 흘러가면서 변화하는 물질적 외양에 비해 언제나 변하지 않는 정신적 가치를 간직한 전통적인 것들에

작가는 더 의미를 두게 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이유로 현대인의 마음속에도 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는 것일 터이다.    

                                                                                           - 평론가  최성연  /   김향이론  중에서
그렇다고 내가 과거지향의 사람은 아니다.

누구보다 모험심이 강하고 새로운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크다.

처음  만나는 것 ,보는 것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그러한 색다름을 즐긴다.

여행지도 자주 다녔던 익숙하고 편한 곳을 찾는게 아니라 처음 가보는 곳에 대한 강한 설레임을 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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