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일을 하려면 귀농귀촌 교육도 받고 농사도 지어 농지원부도 만들어야 한다.
노인회장님 땅을 빌려 농사 경험을 쌓기로 했다.
3월 13일,
노인회장님이 힘에 부쳐 내깔려두어서 옥수수밭에 풀이 무성했다.
우선 마른 옥수수대 뽑아내고 풀을 걷어낸 다음 멀칭 재배용 검정 비닐을 걷어내기로 했다.
400여평의 밭을 남동생과 둘이 정리했다.
나머지 600여평의 밭은 작물을 심지 않아 거름주고 로타리 작업을 하면 될 성 싶었다.
서울 촌 것들이 농삿일 한다고 애를 쓰는 것이 보기 딱했던지
노인회장님이 트렉터로 밭을 갈아 두셨다.
일주일 뒤에 거름 주는 작업을 했다.
노인회장님이 경운기에 실어온 거름푸대를 동생과 둘이 밭에 내렸다. 20키로 거름푸대를 60여 포대 날랐으니 팔뚝이 아팠다.
내가 낫을 들고 거름 푸대를 찟어 놓으면 동생이 밭에 골고루 뿌리는 작업을 했다.
" 안 해 본 일을 해서 밤에 오줌 싸겠네."
노인 회장님은 서툰 농사꾼들을 지켜보셨다.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이 된 셈치고 일했다.
청소년 데리고 몽골 봉사활동 갔을 때 생각이 났다.
초원에 식목행사를 할 때 삽들고 땅을 파던 아이가 손바닥에 물집 잡힌 것을 보이며
"세상에서 제일 쉬운게 공부예요." 했었다.
동생은 노인회장님 지시대로 비료를 뿌렸다.
그 사이 나는 노인회장님 집 주변 화단의 마른 풀과 생활 쓰레기들을 정리했다.
노인회장님은 젊은 시절 농업경영체에 대한 꿈과 의지를 불태웠던 경험이 많은 분이셔서 말이 통했다.
노인회장님 소유의 만여평의 땅이 몇 년 뒤 개통 될 KTX 서원주역사 근방이라 돈방석에 앉으셨다.
그것이 그 분에겐 근심거리다. 자식들이 유산 싸움 할 것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밭일 끝내고 오크벨리 골프장 사우나로 갔다.
평일에 골프장 사우나를 어머니와 내가 독채 전세를 낸 셈이었는데 금요일 오후라 손님이 있었다.
드럼통 사모님과 눈꺼풀에 여러번 칼 댄 사모님이 종업원에게 갑질을 시작했다.
온탕 온도를 올려 달래자 어린이 손님 때문에 곤란하다니까 생트집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들이 머리에 캡을 쓰지 않았으면서 머리카락이 떠다닌다면서 바가지로 떠내개 하고 나중엔 기계를 돌려 물을 넘치게 했다.
" 우리방 식탁의자 비니루가 찢어졌기에 갈아달라고 했어." 블라블라 자랑스레 떠들어댔다.
종업원은 그녀들 곁을 왔다갔다 연신 눈치를 보았다.
예전엔 대한민국 1%손님만 받던 골프장 수준이 낮아졌다.
원주 시내의 농업부자재 상에 가서 연장과 과실수 묘목을 샀다.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다. 잡초 제거용 호미와 낫 톱 같은 연장을 사고.
대봉감, 천도 복숭아, 석류, 황매실, 추희 자두 ,살구나무 묘목을 샀다.
저녁에 어머니는 밭에서 뽑은 냉이를 다듬다가 냉이 뿌리를 들어 보이셨다.
"이것 좀 봐라. 냉이가 춘 겨울에 살것다고 이렇게나 뿌리를 뻗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식물도 사람과 다르지 않다.
3월 26일 일요일 아침 밭에 가봤더니 노인회방님이 관리기로 고랑을 만들어 놓으셨다.
거름이 발효되느라 김이 올라왔는데 흙 위에 손바닥을 대보니 뜨뜻했다.
동생과 밭두덕에 검정 비닐을 치고 호미로 흙을 덮는데.
노인회장님 아들이 그렇게 해서 언제 일을 끝내냐며 자루긴 괭이로 흙을 덮으라 하고 요령을 알려주었다.
비는 부슬부슬 뿌리고 마음은 급하고 황도 깡통 주워다 구멍을 뚫었다.
나머지 밭 600평에 거름과 비료를 운반하고 골고루 뿌려주는 작업을 했다.
양쪽 밭에 20키로 거름푸대 91포를 둘이 맞들어 차량에 실어 나르고 밭에 뿌리는 작업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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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등줄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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