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견딜 만하면
임종 못한 아버지
아카시아 흐드러진 초파일 전날 장례 모시고
암투병하던 남편 성탄일에 장례 지내고
하루하루 시간은 빠르게 흘러
잊을만하면 초파일
견딜만하면 성탄일
세월에 묻혀버리면 좋으련만
아픈 추억은 징하게 힘이 세다.
쉰 다섯 동갑내기 남편을 보내고 얻은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마주하더라도 후회 없는 하루 하루를 사는 것.
작은 어머니가 쑤어준 동지 팥죽
12월에도 파릇파릇한 캐모마일 차로 우리고
아무개가 보내준 홍시 식탁에 차려두었는데 .
기일 새벽에,
우리는 서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
애달아할 그에게 잘 있다고 걱정말라고 연락하려는데
전화 번호가 생각이 안 났다.
액정이 망가진 폴더 폰에서 전번을 확인 하려고 그의 이름을 치고 또 치고.
그러다 꿈을 깼다.
그는 거기에 나는 여기에
그는 끝냈고 나는 아직이어도
이심전심 통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