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저녁 먹고 숲길을 걷는다.
내 그림자 앞세우고
초저녁달 등에 업고
추위에 언 나무는 고단한 몸 잠재웠다.
철없이 지저귀던 새들도 덤불 속에 숨어들었다.
삭풍도 잠든 으스스한 밤길
하릴없는 달님이 따라 걷는다.
달님과 눈맟춤 하다 터져 나온 한숨.
인생 길이 꽃길만 아니더라.
돌부리에 차이고 구렁에 빠지고
저물녁에 다다른 내 인생의 길목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사랑은 사랑대로
세속의 삶 또한 눈물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