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반짇고리 101

1028회 이렁저렁 세월을 보내네

하루가 긴 엄니는 밤이 벌기를 고대 하셨다. 이모가 안부전화 할 때마다 " 밤 줒으러 오니라 잉." 하셨다. 엄니 바램대로 가을은 오고 밤이 떨어졌다 날마다 판대리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배낭 가득 밤을 주으셨다. 약을 치지 않아 벌레 먹고 거름도 주지 않아 잘아진 밤도 알뜰하게 주우셨다. 산비탈 오르내리느라 허기진 엄니가 대만 증선생이 보내준 라면을 드셨다. 편식쟁이 엄니가 소고기 건더기가 들어간 라면을 짬뽕 맛이라며 엄지척 하셨다. 영신네 고구마 캐는 날 고구마 줄기 따시며 동서끼리 도란도란, 영신 엄마가 심고 남은 고구마 줄기를 주었는데 두덕 만들고 심자니까 동생이 멀칭비닐 꼴보기 싫다고 그냥 심으라 했다. 고구마는 거름기 없는 땅에서 약을 치지 않아도 잘 영글어 비교적 쉬운 작물이다. 두둑을 만들어 ..

반짇고리 2020.10.25

1008회 하버데셔리 캐비넷

내니 맥피2의 원작은 베스트셀러 동화 유모 마틸다 " 추리작가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와 어린 시절 함께 마틸다에 대한 옛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에드워드 아다존이 삽화를 그렸다. 천방지축 사고뭉치인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장난과 이들을 길들이는 괴팍한 유모 마틸다의 마법은 탄생한 지 4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재미와 감동을 준다. 아이들이 수십 명이나 되는 브라운 씨네 집은 언제나 난리법석이다. 가정교사건 유모건 하녀건, 오는 족족 아이들의 말썽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쳐 버린다. 난처해진 브라운 부부 앞에 나타난 것은 까만색 옷차림에 검은 지팡이를 짚은 여자 '마틸다'다. 신기한 마법의 지팡이로 아이들의 말썽을 하나하나 제압해 가는 마틸다. 지팡이가 한번 쿵 울리면 아이들은 자신이 하기 싫어도 하던 짓을 계속해야만..

반짇고리 2020.05.31

958회 하프돌 티코지

Porcelain Half Doll 도자기로 만든 상반신 인형' 1800년대 독일과 프랑스 상류사회에서 유행하던 하프돌 인형은 유약을 칠하지 않은 자기로 만든 비스크(bisque)와 세라믹에 핸드페인팅한 포쉐린 하프돌(porcelain half doll) 로 구분. 상반신 인형의 제작 상태, 즉 팔이 바디에 붙어있느냐 떨어졌느냐에 따라 의상 디자인이 결정 된다. 하반신 디자인은 19세기에 유행하던 복장을 재현하는데 고가의 엔틱 레이스와 빈티지 패브릭을 수집해 사용. 하프돌 램프 의 경우 하반신은 굵은 철사로 만든 전등갓에 레이스나 비단천으로 만든 스커트를 만들어 입힌다. 모자나 우산, 부로치같은 악세서리를 붙여 예술의 경지에 이른다. 디테일하고 숙련된 손재주가 필요하기에 하프돌의 대량생산은 어렵고 하나 ..

반짇고리 2019.07.13

933회 요요 파티션

바느질을 하다 보면 자투리 천이 많이 생긴다. 고운 색 자투리 천을 동그랗게 잘라 꿰맨 요요 이것이 아주 요긴하게 쓰임새가 많다. 울 스웨터에 좀이 슬었다. 버리기 아까워 호작질을 했다. 나를 마구 사랑해 주려고 가슴에 무지막지 큰 하트를 새 옷이 되었다. 파티션을 얻어왔다. 요요의 요술로 럭셔리하게 변신한 파티션, 짬짬이 만들어 둔 요요들을 이어 붙이고, 또 붇여서 내가 애정하는 파티션 탄생.

반짇고리 2019.02.18

932회 포켓 카렌다

엄니 약을 달력에 붙여 놓고 떼어 드시게 하는데 아무 데서 뜯어서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오리무중. 안 입는 청바지를 잘라 앞 뒷면을 나눠 놓고 청지로 주머니를 달아 숫자를 수놓기 시작, 천이 두꺼워서 손톱 밑에 구멍이 날 정도. 주머니 달린 달력이 완성 되었다. 어머니는 당뇨약과 알츠하이머 약을 저녁에 복용하시는데 , 약 복용도 귀찮아서 핑계를 대신다. "하루 안 먹는다고 죽냐!" "귀찮아" "먹었다고" 안 드신 것 같은데 드셨다고 우기면 또 드시게 할 수도 없고. 한 번은 약을 다 먹었다셔서 병원에 처방전 받으러 갔더니, 한 달 치나 남아있어야 한다고......... 엇다 두셨는지 몰라서 이틀 만에 냉장고에서 찾았다. 내가 집을 비우는 날은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안 드시기 일수 . 늘 약이 남아 돈다..

반짇고리 2019.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