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반짇고리 95

1047회 소나무 멋부림

작년 겨울 짬짬이 뜨개질을 했다. 집에 있는 털실들로 꽃을 떴다. 자투리 천을 재봉질해서 꽃도 만들었다 우리 형제들이 어렸을 때 엄니가 스웨터를 짜서 입혔다. 내가 양 팔에 타래 털실을 걸고 있으면 엄니가 실을 감았다. 팔이 아프다고 징징거리면 엄니 불호령이 떨어지곤 했었다. 엄니랑 내가 실감는 걸 보고 동생이 실감는 기계를 급조 해줬다. 소나무 줄기에 털실을 감았다. 둘이 감으면 쉬울 텐데 찬바람 맞으며 혼자 감느라 콧물 흘리며 감고 또 감고 . 자투리천으로 만든 꽃을 색맞춰 꿰매 붙였다. 한 그루는 털실꽃으로 치장. 소나무 두 그루 멋부리는데 4개월이 걸렸다. 요리 보고 조리 보고 한 바퀴 빙 둘러 보고 포토 존 또 하나 완성.

반짇고리 2021.03.07

1041회 프레임 파우치

핸드백에 넣어다니던 바느질 용구 파우치가 낡았다. 데님천으로 만들면 때도 덜 타고 천이 질겨서 오래 사용할 수 있겠다. 파우치 프레임 사이즈에 맞게 도안을 그리고 데님천에 줄기와 잎을 수놓는다. 줄기와 잎사귀에 맞춰 접시꽃을 수놓았다 안감과 겉감을 미싱으로 박는다.( 안감은 약간 작게 만든다) 겉감에 안감을 끼워 넣고 철제 프레임을 꿰매 달면 완성. 바느질 도구, USB와 포인터 넣어다니기 좋은 사이즈. 선글라스와 돋보기용 칫솔과 치약, 동전 파우치 파우치 부자가 되었다.

반짇고리 2021.01.25

1039회 포토존

동생이 주어 온 곰돌이 인형. 혼자여도 심심하지 않았다. 곁에 있던 국화들이 자라고 자라서 어여쁜 얼굴로 방긋방긋 웃어주고 얼굴에 홍조를 띠어 벌 친구들을 불려들였다. 떠나기 전에는 더욱 붉어져서 한바탕 잔치를 벌여주고 아쉬운 마음을 남겨 두었다. 시무룩해진 곰돌이에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벨벳 조끼와 마스크를 해줬다. 붉은색 스웨터가 있으면 산타 모자도 만들어 씌웠을 텐데, 안창리 낚시터 솜씨 좋은 주인장이 만든 장승을 얻어왔다. 장승 부부에게도 팀버튼 스타일로 모자를 만들어 씌워줬다. 천하대장군에게 중절모를 씌우고 지하여장군은 두상이 길어서 모자 크라운도 길다. 길이가 긴 크라운을 커버하려고챙을 들어 올려 꽃장식을 달아줬다. ( 전기톱으로 두상을 잘라냈으면 좋겠지만 남의 손을 빌려야 하니 .........

반짇고리 2021.01.11

1035회 의자 방석

버려진 물건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환골탈태 換骨奪胎 시켜주려고 데려 왔다. 자투리 천을 요리조리 이어서 가상자리 빠이핑 둘러주고 얇은 모직 잘라 패딩(형체를 잡기 위해 속에 넣은 폭신한 충전물)을 넣어 의자에 묶어주면 꽃무늬 방석 의자로 다시 태어나다. 스툴, stool 등받이나 팔걸이가 없어 화장대 의자나 식탁 간이 의자로 이용. 소품을 올려 놓아 전시대로 사용하기 딱 좋은 사이즈 사이드 체어, side chair 일상 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는 팔걸이가 없는 의자 영국의 펍이나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펍체어로 윈저체어라 부른다. 18세기부터 만들어진 영국을 대표하는 의자. 강도높은 단풍나무로 의자 하부 버팀목을 ,느릅나무로 바닥을 ,소나무로 등받이를 만들었다. 영국의 윈저 지방 농민들이 만들던 의자로 ..

반짇고리 2020.12.03

1032회 홈 웨어

집에서 일하면서 편하게 입을 옷을 만들었다. 동대문 한솜씨 사장님이 보내준 자투리 천으로 만든 거라 상의 따로 하의 따로 심플한 디자인의 바지 상하복이 활동적이다. 시간이 나면 이니셜 자수로 멋부림. 몇 년전에 더위 타는 엄니 옷을 지어 드리려고 사둔 린넨으로 세트로 만들었다. 성당 봉사자 세라피나씨가 바자회 때 기증 받은 새 옷이 많다고 해서 동생이 가져다 놓았다. 그 중에 올리브 그린 코트가 원단도 좋고 바느질도 잘 되있어서 소매 떼어내고 카라 떼어 내고 롱 조끼로 만들었다. 빨간 장미 입체 자수를 놓아 멋부리고. 세라피나씨가 독거노인 집에 김장 김치 돌리면서 우리 집에도 들렸다. 김장 못 했을 것 같아 가져 왔다는데 엄청 고마웠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차일피일 미루던 중이라. 리폼한 옷을 입혀 보니..

반짇고리 2020.11.21

1028회 이렁저렁 세월을 보내네

하루가 긴 엄니는 밤이 벌기를 고대 하셨다. 이모가 안부전화 할 때마다 " 밤 줒으러 오니라 잉." 하셨다. 엄니 바램대로 가을은 오고 밤이 떨어졌다 날마다 판대리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배낭 가득 밤을 주으셨다. 약을 치지 않아 벌레 먹고 거름도 주지 않아 잘아진 밤도 알뜰하게 주우셨다. 산비탈 오르내리느라 허기진 엄니가 대만 증선생이 보내준 라면을 드셨다. 편식쟁이 엄니가 소고기 건더기가 들어간 라면을 짬뽕 맛이라며 엄지척 하셨다. 영신네 고구마 캐는 날 고구마 줄기 따시며 동서끼리 도란도란, 영신 엄마가 심고 남은 고구마 줄기를 주었는데 두덕 만들고 심자니까 동생이 멀칭비닐 꼴보기 싫다고 그냥 심으라 했다. 고구마는 거름기 없는 땅에서 약을 치지 않아도 잘 영글어 비교적 쉬운 작물이다. 두둑을 만들어 ..

반짇고리 2020.10.25

1008회 하버데셔리 캐비넷

내니 맥피2의 원작은 베스트셀러 동화 유모 마틸다 " 추리작가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와 어린 시절 함께 마틸다에 대한 옛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에드워드 아다존이 삽화를 그렸다. 천방지축 사고뭉치인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장난과 이들을 길들이는 괴팍한 유모 마틸다의 마법은 탄생한 지 4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재미와 감동을 준다. 아이들이 수십 명이나 되는 브라운 씨네 집은 언제나 난리법석이다. 가정교사건 유모건 하녀건, 오는 족족 아이들의 말썽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쳐 버린다. 난처해진 브라운 부부 앞에 나타난 것은 까만색 옷차림에 검은 지팡이를 짚은 여자 '마틸다'다. 신기한 마법의 지팡이로 아이들의 말썽을 하나하나 제압해 가는 마틸다. 지팡이가 한번 쿵 울리면 아이들은 자신이 하기 싫어도 하던 짓을 계속해야만..

반짇고리 2020.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