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내 마음의시 62

544호 풀은

풀은 풀은 아무데나 나고 자란다. 볕 안들고 뿌리 뻗기 옹색한 곳에서도 산다. 흔하디 흔한 게 풀이다. 풀은 바람부는 대로 몸을 맡기고 사나운 빗줄기도 견뎌낸다. 발길에 채여도 일어서고 뿌리 째 뽑혀 던져져도 산다. 힘없고 하찮고 흔하디 흔한 풀이 함부로 목숨을 버리지 않고 끈질기게 줄기차게 살아내는 것은 세상에 태어난 목숨값 때문이다.

내 마음의시 2014.06.01

546호 슬픔이 슬픔을 위로하다

슬픔이 슬픔을 위로하다 물리치료실 칸막이 사이로 환자들이 나란히 누웠다. 공차다 발목을 삐끗한 아이부터 무릎 아프고 허리 아픈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 몸 여기저기 아픈 환자들이 들고나는 동안 환자들의 속사정도 엿듣게 된다. "내가 웃고 떠드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래. 교통사고로 남편 잃고 미쳐서 살았거든. 열 명이 놀러갔는데 왜 그 사람만 죽냐고. 잘나고 착한 사람이라 더 아까웠어. 그때 내 나이 마흔 아홉이었다니까. "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만났으니 오죽했을까? 그것에 비하면 내 슬픔은 아무것도 아니다. 때로는 남의 슬픔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내 마음의시 2014.05.17

535호 모질고 질긴 세월만이

모질고 질긴 세월만이 어쩌냐, 참말로 어쩔 것이냐. 푸른 비늘처럼 펄펄 뛰는 생명 가슴에 묻었으니 그대는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다. 졸지에 눈멀고 귀멀고 입조차 얼어 붙었으니 꽃이 핀들 어여쁠 것이며 새가 운들 기꺼울 것이냐. 하필이면 왜 내 자식이냐고 생때같은 내 새끼 살려내라고 천만번 가슴을 쥐어 뜯고 몸부림친들 무슨 소용. 아무도 선혈이 낭자한 상처 아물게 못하고 그 누구도 애끓는 슬픔 나누지 못할 터. 시간만이 , 모질고 질긴 세월만이 그대를 어르고 달래고 쓰다듬고 보듬어 줄 것이리.

내 마음의시 2014.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