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내 마음의시 62

그 누구도 나처럼

그 누구도 나처럼 저녁답에 집을 나와 숲길을 걷는다. 혼자 걷는 걸음이 외롭지 않은 것이 그 누구도 나처럼 달님과 눈맞춤하고 그 누구도 나처럼 별을 헤고 그 누구도 나처럼 감미로운 음악에 눈시울 젖고 그 누구도 나처럼 추억에 가슴 아릴 것이라 그 누구도 나처럼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어서 헛헛한 발길이 외롭지 않기를. "죽을 때까지 안 헤어지려면 우린 평생 친구 해야 돼." 드라마 대사는 짠하고 서글프다. 연애 감정은 왜 오래가지 못할까? 죽고 못살겠다던 열정은 사실 동물학적 욕정이다. 욕정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남자 욕정을 사랑으로 믿은 여자의 눈먼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상대의 무관심과 무덤덤함을 연애 감정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이, 상대에게 집착으로 보여진다면 관계 회복은 불가능하다. 연인이었던 사람을 친구가..

내 마음의시 2022.04.06

1098회 밤길을 걸으며

이른 저녁 먹고 숲길을 걷는다. 내 그림자 앞세우고 초저녁달 등에 업고 추위에 언 나무는 고단한 몸 잠재웠다. 철없이 지저귀던 새들도 덤불 속에 숨어들었다. 삭풍도 잠든 으스스한 밤길 하릴없는 달님이 따라 걷는다. 달님과 눈맟춤 하다 터져 나온 한숨. 인생 길이 꽃길만 아니더라. 돌부리에 차이고 구렁에 빠지고 저물녁에 다다른 내 인생의 길목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사랑은 사랑대로 세속의 삶 또한 눈물이라 밤 깊으면 암흑속에 길이 묻히듯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올 어둠의 장막 하고픈대로 살았으니 아쉬울 것도 없다.

내 마음의시 2022.02.18

하늘에 있는 임

하늘에 있는 임 우리 부부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미망의 세월을 산다. 스무 살에 만나 스물일곱에 부부 연을 맺고 아들 딸 낳아 기르며 스물아홉 번의 결혼기념일을 맞았다. 발리에서 결혼 기념일을 보내며 두 달 뒤에 닥쳐올 불행은 까맣게 모른 채 행복했다. 병원 출입 모르던 남편이 악성림프종 판정을 받았을 때 연극을 했다. 가벼운 뇌경색이 왔을 뿐 금방 나을 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모든 불상사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고 이왕 닥친 일 정신 똑바로 차리고 헤쳐 나갈 일이며. 나이들면 겪을 일 좀더 기운 있을 때 겪으니 낫다고 생각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수없이 되뇌며 간병 일지를 쓰고 암에 좋다는 음식을 먹였다. 먹이고 씻기고 옷 갈아입히며 기꺼이 그의 어머니가 되었고 그는 갓난아기처럼 품에 안겼다...

내 마음의시 2020.12.21

1037회 잊을 만하면 견딜 만하면

잊을 만하면 견딜 만하면 임종 못한 아버지 아카시아 흐드러진 초파일 전날 장례 모시고 암투병하던 남편 성탄일에 장례 지내고 하루하루 시간은 빠르게 흘러 잊을만하면 초파일 견딜만하면 성탄일 세월에 묻혀버리면 좋으련만 아픈 추억은 징하게 힘이 세다. 쉰 다섯 동갑내기 남편을 보내고 얻은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마주하더라도 후회 없는 하루 하루를 사는 것. 작은 어머니가 쑤어준 동지 팥죽 12월에도 파릇파릇한 캐모마일 차로 우리고 아무개가 보내준 홍시 식탁에 차려두었는데 . 기일 새벽에, 우리는 서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 애달아할 그에게 잘 있다고 걱정말라고 연락하려는데 전화 번호가 생각이 안 났다. 액정이 망가진 폴더 폰에서 전번을 확인 하려고 그의 이름을 치고 또 치고. 그러다 꿈을 깼다. 그는..

내 마음의시 2020.12.20

우리 엄니 덕치댁

우리 엄니 덕치댁 당신이 나고 자란 땅이 세상의 전부인줄 안다. 늘 먹던 음식만 먹고 늘 입던 옷만 입고 서울물 먹었어도 여전히 촌사람이다. 남편이 제일 잘난 줄 알고 살다 시앗에게 빼앗겨 피눈물로 살았다. 의지가지없이 자식 다섯 먹여 살리느라 멍에를 걸머 진 황소처럼 살아냈다. 세상에 믿을 것은 오직 자신의 몸둥이 뿐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고 모아 쥔 손 오그려 쥐고 그렇게 한 세월 살아냈다. 아직도 가슴에 시새움 남아 “나 죽으면 지팡이 꼭 묻어주라이. 그년 만나면 후두러 패주게“ 세상살이 어려움 다 지나갔어도 그 설움 떨쳐내지 못하는 가여운 덕치댁. 방금 했던 말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묻고 또 묻는 어머니 여덟살 아이가 된 어머니가 바다를 보고 함박 웃음을 웃었다. 어머니는 자동차를 타자마자 바다..

내 마음의시 2020.02.01

926회 현몽1

꿈에 머리 밑이 가려워 마구 긁었다. 참빗이 있으면 썩썩 빗어내리고 싶었다. 남편이 내 머리를 수그리게 하고 손가락 빗으로 빗어 내렸다. 머릿니가 큰 놈 작은 놈 우수수 떨어졌다. 벌벌벌 기어가는 것들을 손톱으로 눌러 죽였다. 깨고나서도 그 손길 머리 위에 남았더라. 얼굴도 안보이고 현몽 할 것이면 어깨라도 다독여 줄 것이지. 꿈해몽: 꿈에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복잡하게 앍힌 일이나 사건을 협조자나 좋은 방도에 의해 해결 할 수있다. 비듬이나 이 등이 떨어졌다면 소송문제 의혹 등이 명백히 밝혀지며 소원을 충족시킬 수있다. 이심전심인가? 앞으로 건축비 들어갈 일로 심란했는데 그가 걱정을 덜어줄 모양이다. 결혼 29주년 여행을 다녀오고 2달 뒤 임파선 암 선고를 받았다. 쉰 다섯 한창 때라 이겨낼 줄 알았다..

내 마음의시 2019.01.06

현몽

현몽 (現夢) 온 몸이 쑤시고 아파 그만 살고 싶다는 어머니는 귀찮아 소리를 입에 달고 사신다. "너그 아버지는 뭐 하느라 날 안데려가나 모르것다." 어머니 넉두리에 귀가 아픈팠을 아버지가 현몽을 하셨다. "어디 갔다가 집에 와 본게 너그 아버지가 도배를 싹 히놨더라. 을매나 이쁜 도배지를 발랐던지 방이 너르고 환하더라." 어매 좋은거 하고 웃다가 꿈을 펀득 깼다. 그 며칠 뒤에 아버지가 사위를 비서로 달고 또 찾아 오셨다. "꿈에 생전 가보도 않은 산으로 어디로 막 가는데 맨 앞에 너그 아버지 뒤에 서 서방 가고 내가 꼬래비로 갔다. 너그 아버지가 돌아보고 당신은 좀 있다 천천히 와 하더라." 나는 아버지 그 마음을 알겠다. 어머니 성화에 그만 데려가시려다 어머니 빈자리 서운할 자식들 생각에 천천히 오..

내 마음의시 2018.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