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내 마음의시 62

510회 그리운 것은 모두 하늘에 있다

그리운 것은 모두 하늘에 있다 결혼식 하객으로 온 식당에서 망고스틴을 까먹다가 울컥 목이 메었다. 밥 대신 망고스틴 한 바구니를 까먹는 아내에게 "그렇게 맛있어?" 묻던 그. 쉰 다섯 생애 마지막 여행지가 된 발리의 하루가 영화처럼 돌아간다. 달달한 과육을 꾸역꾸역 밀어넣어 겨우겨우 눈물을 삼켰다. 그리운 것은 모두 하늘에 있다.

내 마음의시 2014.02.26

475회 나무엄마

나무 엄마 -결혼을 앞둔 아들에게 나무는 눈부신 햇살로 도토리를 품어 엄마가 되었다 도토리에 깍정이 모자를 씌워 억수 비바람 타는 목마름을 견디게 했다. 나무엄마가 도토리를 품에서 떼어낼 때가 되었다. "잘 가라. 아가야. 네 스스로 뿌리 뻗고 살아내야 한다." 나무엄마는 도토리가 안쓰럽고 애달픈 나머지 햇살로 물들여 만든 어여쁜 이불을 한 잎 두 잎 날려 보내 감싸주었다. 나무 엄마는 시나브로 제 가진 것 다 내어주고 칼바람 눈보라를 견딜 것이다. 벌거숭이가 된 나무엄마가 행복한 것은 도토리를 품었던 때의 기쁨은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가을이 저토록 활활 타오르는 것은 젊은 날 치기로 무심코 지나쳐 버린 것들을 뒤늦게 온 몸으로 느끼는 까닭이다.

내 마음의시 2013.11.03

399회 봄마중

봄마중 밭둑에 납작 엎드려 겨울을 난 냉이는 변변한 바람막이없이 맨 몸으로 겨울을 나고 모가지 꼿꼿이 처들고 꽃봉오리 터트렸다 도심의 온갖 소음 밤낮으로 견디고 벌거숭이로 겨울을 보낸 키 큰 가로수도 푸릇푸릇 잎눈 틔우고 거들먹거린다. 가로수 우둠지 허술한 둥지에서 눈보라 견뎌낸 까치도 날갯짓하며 목청 높인다 꽃이, 나무가 ,벌레와 새들이 봄마중으로 신바람 내는 건 누구보다 당당하고 굳세게 견뎌온 것이 스스로 대견해서다. ......................................................... 5일, 7일 연달아 문상을 다녔다. 아직도 나는 장례식장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꽃샘추위에 어른신들이 적응을 못한 탓이리. 변덕스런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기를......

내 마음의시 2013.03.07

397 도둑놈 심보

도둑놈 심보 “돈 많은 여자 만나기도 어렵고......” 지하철에서 중년 사내 둘이 흘리고 간 말은 그들의 남루한 옷차림보다 더 공허하다. 돈많은 남자 만나 팔자 고치려는 여자나 돈 많은 여자 덕에 놀고 먹으려는 남자나 피장파장 도둑놈 심보. 행복한 인생은 남의 덕에 사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덕을 베풀며 살아야 한다. 남의 덕에 사는 인생은 비굴해도. 덕을 베푼 생은 가난해도 남 부러울 것 없이 당당 하다.

내 마음의시 2013.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