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농부일기 95

1134회 공작이 맺어준 인연

동생은 공작을 마당에 풀어 놓고 싶어 했다. 어려서 부터 순치를 시키면 가능한 일이라 하더니 결국 날아가 버렸다. 그동안 닭장탈출한 공작을 잡아들이느라 여러 번 고생을 했다. 닭장 문을 닫지 않아 생긴 일이다. 한번은 탈출한 공작이 이웃집 건물로 날아갔다. 노숙 나흘 째 되던 날 밤 11시 비까지 내리는데 사다리 타고 올라가 담요로 덮어 씌워 잡겠다 했다. 밑에서 사다리를 잡고 있는데 조마조마했다. 그놈이 버둥거리면 사다리에서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그 사건 아후로 또 암공작이 탈출해 찾아 다녔지만 헛수고. 모이 주러 들어갔다가 문을 열어 놓아 야생으로 날려 보낸 새도 여러마리. 8월 2일 , 콩국수집 사장이 이웃 팬션에 공작이 날아들었다고 귀뜸을 해줘서 한 달 반 만에 공작을 찾아왔다. 판대리에서..

농부일기 2022.08.21

1131회 판대리 7월

어머니는 103호 할머니 넉두리 듣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신다. 103호 할머니는 서울에서 내려와 판대 보건소 뒤에 집을 짓다가 건축업자가 부도 상태라 5년 넘게 팬션에서 지낸다. 홧병이 나서 올 들어 여러번 입원을 했다. "작은 놈이 나서서 형사 고소 해주고 어제는 농협회원가입하라고 오백 부쳐줬어요. 큰 놈은 .집문제 해결하기전에는 오지도 않는다더니 용돈도 안 보내요.. 쌍둥이인데 하는짓이 영판 달라요. 부모 마음 서운하게 하는 놈도 똑같이 나눠줘야 하나?" 그 말에 옥수수할머니 이야기가 생각났다. 작년에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는데 치부책에 아들 둘 딸 둘 앞으로 재산 분배를 해놓으셨단다. 막내 딸이 자주 드나들며 효도를 했는데 막내고 딸이라고 제일 작은 밭을 물려주었다고. 할머니 맘이 서운해..

농부일기 2022.07.26

1124회 농촌 중심지 활성화 사업 선진지 견학

한국 농어촌 공사 농촌 중심지 활성화 사업 으로 원주시 지정면 추진 위원회 구성 2021년 11월말 기준 지정면 인구는 2만9011명 25곳 읍면동 중 인구 밀집 4위 기업도시 조성으로 원주 대표 신도심으로 자리 매김 3울 31일 지정 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추진위원회 1차 설명회 4월 21일 추진 위원회 2차 회의 타지역 사례를 비교 분석 하기위해 견학 합의 나는 그간의 사정을 모르다가 민응규 추진 위원장님 권유로 추진위원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건물 지어 놓고 운영이 안되면 국고를 축내는 꼴'이라며 염려하시기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로 한 것. 그동안 판대리 오가며 마을 어르신들의 일상을 지켜 본 터라 우물안 개구리로 살다가 고단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농한기 때 을..

농부일기 2022.06.11

1021회 판대리 5월 첫째 주

5월초, 공사 앞두고 시동생 자문을 구하려고 시동생 집을 방문했다. 온갖 채소가 심겨진 텃밭은 시동생 놀이터. 풀 한포기 없다. 집 짓고 남은 건축 자재로 시동생이 만든 고기 굽고 고구마 굽는 화덕. 웨버 저리 가라다. 동생은 궁금한 것들을 물었고 시동생은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했다.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는 시동생은 1급 자격증을 여럿 소지한 시공전문가. 아름이가 온 날 마당에 풀어놓은 공작은 종일 날개를 펴고 으스댔다. 개돌이 산보도 시키고 맛난 것도 먹이고 개돌이는 신났다. 엄마 일손 거드는 효도도 하고 갔다. 붓꽃과 저먼 아이리스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아이리스는 배수가 잘 되는 건조한 토양을 좋아하고 내한성도 좋다. 아이리스란 이름은 "무지개 여신'이란 뜻 북반구 온대 지방에서 200여..

농부일기 2022.05.21

1014회 고강토 블럭 쌓기

원추리 캘 것 있나 보려고 간현 쪽 비탈에 갔다가 병든 소나무 2 그루 발견. 제선충 인가 싶어 서둘러 잘라냈다. 영신 아빠가 왔기에 재선충 걸린 나무인가 봐 달라 했더니. 산불로 재해 입은 잣나무가 용케 살아 남은 거라 했다. 아이쿠! 원사장이 보강토 블럭을 얻어줘서 두 차 실어 왔다. 전동 린치 설치 해서 보강토를 게비온 위로 들어 올렸다. 내친 김에 거름통들도 들어 올렸고. 기계가 없었으면 등짐으로 져올릴 판이었다. 농사 일이건 정원일이건 기계의 힘을 빌지 않고 일 하려면 몸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포도 덩글 올려 그늘막 벤치 만들 곳 평탄작업 하기 위해 고강토를 깔았다. 블럭 홈에 돌 집어 넣는 일은 내차지. 보강토 블럭이 남아서 보강토 벤치를 만들자고 했다. 2단으로 쌓은 보강토 블럭 위에 각..

농부일기 2022.04.01

1013회 겹루드베키아 꽃밭 일구기

판대리로 출근하면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겨울가뭄으로 흙이 버슬버슬 무너져서 묵은 대가 쑥쑥 잘 뽑혔다. 2월중순부터 3월 초까지 묵은 대와 잡초 제거하기 좋은 시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엄니는 국화꽃 묵은 대를 정리 하셨다. 3월 초에 오던 꽃샘눈이 19일에 푸짐하게 내렸다. 지난 겨울부터 꽃샘 눈까지 10번 눈이 내렸다. 주차장 진입로 눈을 치우면 땀이 송글송글 눈 온 걸 보면 올해는 비가 잦을 것 같다. 그동안 비 오고 눈오고 흙이 촉촉해져서 잡초 뽑기가 힘들어졌다. 산이라 억새가 많아 뿌리째 뽑아내야 한다. 억새 뿌리는 런너로 뻗어가서 한 포기만 있어도 땅 속 뿌리가 단단하게 뒤엉켜 있다. 작은 쪽삽으로 파고 좁은 호미로 쪼게고 그도 안되면 톱으로 돈가스 썰듯 잘라낸다. 시작이 반이라고 25평 정..

농부일기 2022.03.26

1112회 목백일홍과 맥문동

동생이 당진 내려가서 목 백일홍을 실어왔다. 굵기가 56센티에 2미터 짜리 대목 1 주와 10년 생 7주, 무궁화 3주 3월 6일 , 원사장이 인부들을 데려 왔다. 2인 1조 잡목부터 처치 했다. 한 사람이 드릴로 나무에 구멍을 뚫으면 다른 사람이 근사미를 흘려넣고 페인트로 표시를 했다. 해마다 두 번 인부들이 예초기로 잡목들을 베는 인력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나무들을 심고, 생육 환경이 안 좋은 나무들도 옮겨 심었다. 조각상 주변에 베롱나무 6주를 심었다. 꽃도 예쁘지만 여름 내내 피고지는 꽃이라 눈호강을 시겨 줄 것이다. 가로수 급 대목은 까페 동 마당에 심기로 했다. 남도에서는 배롱나무를 간지럼밥 나무라 부르는데 , 수피가 매끄럽고 예뻐서 사알살 간지럼을 태우고 싶다. 꽃 빛깔이 어떨지 궁금하..

농부일기 2022.03.25

1101회 제이드 가든

춘천시 님산면 햇골길에 위치한 제이드 가든. 바나나 모양의 계곡을 따라 30개의 아기자기한 작은 정원이 꾸며졌다. 아직 잎이 나지 않은 때라 정원의 속살을 세세히 살펴 볼 수 있었다. 반면에 웨딩가든, 피크닉 가든, 로도덴드론(만병초)가든, 리프가든 , 호스타 가든, 플라워 웨이브가든 등 신록이 우거진 계절에 관상할 수있는 정원은 포기 해야 했다. 특히 은행나무 미로 Ginkgo Maze 는 작은 은행 나무들을 빽빽히 심어 미로를 만들고 중앙에 케익 모양의 대형 화분을 두어 10주년을 기념 했다. 가을에 미로 담장의 은행잎이 물들 때의 황금빛은 상상 만으로도 즐거웠다. 영국식 보더 가든 이탈리안 가든 덩굴식물 아치 콘크리트 보도는 미끄럼 방지를 위해 문양을 찍었는데 섬세한 아이디어가 좋았다. 수생식물원 ..

농부일기 2022.03.10

1097회 개돌이

작년 7월 개돌이를 판대리로 데려와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목줄에서 풀려난 개돌이는 종횡무진 뛰놀기 바빴다. 산에서 뛰어놀다 내려온 개돌이 몸에 진드기가 달라 붙어 엄니가 일 삼아 떼어 주었다. 들깨 보다 작은 진드기가 피를 빨아 먹으면 검정 콩보다 커졌다. 개돌이는 저도 사람인줄 알고 게르 바닥에 드러누워 더위를 식히면서 사람곁을 맴돌았다. 침대에 척 드러눕기도 해서 개르 밖으로 쫒겨났다. 아침이면 우리가 출근하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다 격한 환영을 해주곤 했다. 우리가 없는 동안 심심한 녀석이 말썽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웃 팬션으로 내려가서 손님들을 위협하고 쓰레기 봉투를 물어 뜯기도 했다. 다시 목 줄을 매어놓았는데 귀신같이 빼고 돌아 다녔다. 목 줄 , 가슴 줄 여러 개를 바꿔 보았으나 무용지물을 만..

농부일기 2022.02.12

1094회 1월 정원 일

겨울이라고 손 놓을 수 없다. 판대리는 종일 해가 들어 바람만 안 불면 일 할만 하다. 판대리 할머니들이 쓸어 모은 느티나무 낙엽과 댑싸리로 만든 빗자루. 낙엽도 자원이다. 텃밭이나 나무 뿌리 주변에 모아 놓으면 멀칭이 된다.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와 함께 퇴비를 만들지만. 그냥 쌓아두어도 이불이 되고 거름이 된다. ​개돌이 똥과 닭똥과 섞이면 식물들의 보약이 된다. 어린 나무에게 낙엽 이불 덮어주고. 낙엽멀칭 하고 커피 찌꺼기를 뿌려두면 커피향 때문에 벌레가 꼬이지 않는다고. 올 해 시도해 볼 미션. 10월에 된서리 맞고 얼어버린 맨드라미들도 땅심을 살리는 밑거름이 되었다. 노지 월동하는 다육이들에게 톱밥 이불을 덮어주었다. 순천만 습지의 갈대는 그림이지만 판대리 언덕의 억새는 골치덩이. 이놈들..

농부일기 2022.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