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화작가 김향이의 블로그 세상

문득 돌아보니 한 순간

일상 다반사 371

1080회 용소막 성당 결혼식

10월 17일 조카 영신이 혼배미사 전날, 신부대기실 꽃장식을 위해 아름이가 내려왔다. 결혼 시즌이라 강남 고속 터미널 상가 꽃이 품귀현상이라 10여곳 단골 꽃가게 매대를 싹쓸이 해왔단다. 꽃꽂이 보조로 나선 영신 엄마가 꽃향기 속에서 웃음꽃 만발 1904년 설립된 용소막 성당, 신부대기실은 주일 학교 교실을 사용하는 거라 책상과 의자 치우고 세팅을 해야 햇다. 새신랑이 역광 들어오는 창의 커튼을 떼어내고 십자고상이 있는 벽 쪽에 커튼을 쳤다. 커튼 레일이 짧아 벽면을 충분히 가리지 못한 것이 흠이었다. 작은집 아이들이 식당에 빔프로젝트 설치하고 꽃꽂이 작업도 거들었다. 아름이도 엄마랑 외숙모 어시스트 받아 즐겁게 꽂았다. 혼주, 신랑, 신부, 동생까지 모여 신부대기실 꾸미기 작업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

일상 다반사 2021.10.25

1077회 모녀지간

엄니가 고대하던 밤줍기 철이 되었다. 베낭메고 가방 들고 행장 차리면 벌꾼 모자 씌우며 당부를 한다. 적당히 주우시라고. 8월 초 아름이랑 뮤지엄 산에 다녀 온 뒤로 기력이 달려 엄니 모시고 영양제 맞고 왔었다. 밤 줍기 열흘만에 탈진한 엄니는 링거를 맞고 거뜬히 일어나셨다. 추석 전에 탈진한 나는 열흘 가까이 회복을 못하고 고생을 한다. 6.25 전쟁 중에 열아홉살 어머니가 날 낳으셨다. 나는 강골인 엄니랑 달리 약골인데다 성격도 딴판이다. 예를 들면, 병원에서 처방전 받아들고 나온 우리 모녀가 가는 단골 약국은 달랐다. 엄니는 부잣집에 가야 얻어 먹을 게 있다며 대형 약국으로, 나는 작은 약국을 도와줘야 한다며 여 약사가 있는 약국으로. 1991년 (엄니 59세) 서울살이 시작하던 열 살부터 "엄마처..

일상 다반사 2021.10.03

1076회 브레이크 타임

추석 전날. 판대리서 김치 담다 오한이 나고 아팠다. 서울 간 동생에게 연락하니 영신 아빠에게 전화 해보라 했다. 정선에 있다는 말에 아프다는 말도 못했다. 동생과 통화 한 영신 아빠가 후배를 보내줘서 월송리 집으로 왔다. 집에서 김치 버무리고 엄니 반찬용 게 18마리를 손질하고 뻗었다. 열이 나려고 온 몸이 베베 꼬이며 떨렸다. 동생이 뜨거운 타월로 땀을 닦고 주물러 주었다. 영신 엄마가 능이버섯죽을 쒀 왔는데 다 게워 내고 포도도 환자식도 안 받아 물로 이틀을 보냈다. 추석 다음 날 , 주치의가 있는 병원에 입원 했다. 아름이가 핏기가 하나 없다며 (빈혈 때문에) 사진으로 비교 해줬다. 삼 일 째 빈 속이라 아보카도를 사다 달랬는데 입이 써서 안 넘어갔다. 병원장 사모가 만들어 준 '과카몰리'는 라임..

일상 다반사 2021.09.29

1075회 레진 테이블

제작년 11월, 동생은 우근이와 부산에 내려가서 게르를 싣고 왔다. 동생의 운전 부주의 습관 때문에 장거리 운전이 불안한데, 우근이가 동승 하면 마음이 놓였다. 우근이는 동생을 도와 게르 설치 작업도 했다. 작년 12월에 게르를 윗쪽으로 옮겨 설치했는데, 이 작업도 우근이, 이 목사, 둘째 동생이 거들었다. 올 2월에 게르 벽을 둘러친 펠트에 천으로 만든 고리를 고정 시키는 작업을 했었다. 둘째 동생과 우근이는 군대서 명찰 달던 솜씨로 바느질을 했다. 세째 남동생 친구인 우근이는 집이 인천이라 먼길을 오가며 판대리 일을 도왔다. 판대리 작업현장의 일등 공신인 셈이다. 우근이는 김포 마고 목공소에서 나무를 싣고 오는 일도 거들었다. 싣고 온 나무들을 손질해서 옮겨 쌓는 일은 이목사가 도왔다. 마고 목공소에..

일상 다반사 2021.09.18

1074회 밤 줍는 재미

가을장마가 끝나고 풀포기 사이로 버섯이 자랐다 하늘빛이 짙어지고 점점 높아지더니 아람이 벌기 시작했다. 엄니가 일년 내 고대하던 밤줍기 철이 왔다. 엄니는 배낭 메고 비닐백 들고 벌꾼 모자 쓰고 행장을 차린 다음, 두유 하나 마시고 산으로 올라 가셨다. 밤줍기는 엄니의 재미난 놀이. 9월 1일 부터 산비탈 오르내리며 줍기 시작 하더니 10일 만에 탈진. 고집쟁이 엄니가 내 말 안 듣고, 무거운 밤 주머니 들고 산비탈을 오르내리셨으니 당연한 일. 병원에서 고단위 영양제 맞고 오셔서 누워계시라 해도 답답하다고 동네 한 바퀴 도셨다. 엄니 건강은 타고 나셨다. 다음 날 아침, 엄니는 산에 못 올라 오시게 하고 밤 송이 껍질을 양동이에 줘워담았다. 풀숲에 밤껍질이 많으면 풀 뽑다 밤가시에 찔리기도 해서 청소를 ..

일상 다반사 2021.09.12

1071회 8월 둘째 주 판대리

아름이가 짬내서 내려 온다기에 이 목사 차로 마중 나가고 , 통신에 올린 콩국수가 먹고 싶다 해서 동생이 엄니 모시고 식당으로 와서 합류 했다. 점심 먹고 으로 왔다. 출퇴근길에 지나는 뮤지엄산을 관람 못 했다는 이 목사도 동행 우리 모녀 운전 가이드에 사진 담당도 했다. 라는 제목의 마크 디 수베르의 거대한 철제 작품은 홉킨스의 시 '황조롱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 되었다고. 홉킨스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카톨릭 사제 서품을 받은 시인. 시의 특이성, 난해함, 은유와 기법들은 현대시의 선구자로 후대의 시인들에 계승되었다. 황조롱이 우리 주 그리스도께 오늘 아침 태양 왕국의 황태자, 얼룩진 새벽에 이끌려 날아온 황조롱이를 보았다. 고요한 하늘을 날고 있는 날개 아래 흐르듯 펼쳐진 하늘, 저기 드높이 날아..

일상 다반사 2021.08.21

1069회 8월 첫 주 판대리

숨 막히게 더운 날이면 엄니 모시고 개울가로 갔다. 욕바위 저수지 개울에 발 담그고 다슬기도 잡고 더위를 식혔다. 그런데 오크벨리로 넘어오다 스키매장 건너편에서 더 좋은 장소 발견. 물멍. 수영 할 수있는 공간도 있다. 그야말로 망중한 말썽쟁이 개돌이도 피서 나왔다. 일하다 더위 피해 찾아 오는 판대리 피안처. 아름이도 개울에 발 담그고 꺄아악........... 인디언들은 친구를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 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딸은 친구가 되니 참 좋다. 여인 삼대의 개울가 정담.

일상 다반사 2021.08.08

1046회 연하리 가을 선생댁

1월 29일, 엄니 진료갔다가 병원에서 저녁 먹는데 아무개한테 전화가 왔다. 가을 선생님께 전화 했다가 입원 하신 걸 알았다고 내가 알아야 할 것 같아 연락한다 했다. 가을선생님이 퇴원 하고 따님들이 번차례로 간병한 다음, 2월 19일 병문안을 갔다. 충주까지 1시간 거리를 대중교통이용하려니 시간낭비라 동생 신세를 졌다. 2월 초 친정어머니 상을 당한 채인선이 오후에 글터 서점 사장님 차를 타고 왔다. 가을선생님이 통증으로 고생하다 글터 사장님한테 전화를 했는데 통증을 견딜 수없어 119를 불렀다고. 5분만에 온 엠블런스를 타고 충주 의료원으로 가셨고 글터 사장님이 뒤따라 와서 보호자 노릇을 했다고 한다. 글터 사장님한테 못 볼꼴을 보여 미안하기 짝이 없다는데, 글터사장님은 그만하기 다행이라며 좋아했다...

일상 다반사 2021.02.28

1042회 나도 연예인

4학년 남자 아이가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사인 받을 때 함께 찍은 사진을 엄마가 액자에 넣었는데요. 이모가 연예인이랑 찍었네 해서 막 웃었어요." "전화 번호 어떻게 알았니?" "조사하면 다 나와요.ㅎ" 나때는 감히 생각도 못한 일을 요즘 애들은 쉽게 하고 자기 표현도 솔직하다. 쉬는 시간에 놀다가 본 사람이 김향이선생님 이었다. "마치 숨겨진 부활절 달걀을 눈앞에서 지나치고 다른 사람이 가져간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 연예인을 본 것 같았다. " 어렸을 때부터 팬이었다는 아이는" 선생님과 악수하는게 소원이었다"고. "엄마가 선생님 책 10권을 벼룩시장에 팔아버려서 단식 투쟁 했어요." "정말로 굶었어?" " 아뇨. 엄마 몰래 컵라면 먹었어요.ㅎㅎ" 폰으로 찍은 푸른 하늘 사진을 선물하고. " 옛날..

일상 다반사 2021.01.31

1036회 k-장녀 =유교걸

판대리에서 작업 끝내고 집에 오는 길에 동생이 편의점에서 땅콩을 사왔다. 엄니가 땅콩을 까서 동생에게 주고 땅콩을 까서 당신 입에 넣고 또 땅콩을 까서 아들 입으로 가고 "에이, 딱딱해서 못 씹겠네" 하시곤 또 동생에게.. "아들만 주고 딸은 안주는겨?" 동생이 한 마디 하니까. 엄니 말씀이. "딸이니까." 아들은 하늘, 딸은 남의 식구. 뼈속 깊은 엄니의 유교 딸이 안 모셨으면 혼자된 아들 뒷치닥거리 하며 살림하셨을 양반이. 딸이 없으면 '낙동강 오리 알 신세' 였을 텐데. 아들한테는 양말 한 짝 얻어신지 못해도 날마다 아들타령이다. 영신 엄마 가 "곁에서 지켜 보니까 형님은 큰어머니 엄마로 살고계셔요." 듣고보니 그렇다. 여행 모시고 다니고, 옷과 신발 입성 해드리고, 병원비에 간병에, 궂은 일 다하..

일상 다반사 2020.12.15